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옆에 앉아서



모르는 누가 옆에 앉아서 떠들 수 있어. 모르는 누가 둘레를 아랑곳않으면서 참으로 시끄러울 수 있어. 반가운 누가 옆으로 다가앉아서 나긋나긋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 네 마음을 포근히 헤아리면서 서로 북돋우는 말이 흐를 수 있어. 너는 낯모르는 누구 옆에 앉아서 떠들거나 조용할 수 있어. 네 둘레를 하나하나 느끼고 누리면서 네 마음씨와 말씨를 푸르게 심을 수 있지. 새가 네 옆에 앉아서 나무씨 한 톨을 심을 수 있어. 나비가 네 옆에 앉아서 춤빛을 보라고 속삭일 수 있어. 모기가 네 옆에 앉아서 피를 빨 수 있고, 떠돌이개가 네 옆에 앉아 해바라기를 할 수 있어. 누가 옆에 앉을 적에는 너하고 모르는 사이가 아니야. 너하고 잇는 숱한 끈 가운데 하나를 느끼라는 뜻으로 스친단다. 네가 아름다움이라는 결을 궁금하다고 여기면 아름다움씨를 알려줄 누가 옆에 앉아서 삶 한 자락을 보여줘. 네가 미움이라는 늪을 궁금하다고 여기면 미움씨를 알려줄 누가 옆에 앉아서 말 한 마디를 남겨. 숱한 다른 사람과 숨결이 네 옆으로 다가와. 너도 숱한 다른 사람과 숨결 옆으로 다가가. 빙그르르 돌아. 끝없이 오르내려. 가볍게 출렁이고, 한결같이 일어나다가 잦아들어. 네 옆에 누가 있기를 바라니? 너는 누구 옆에 있으려고 하니? 네 옆에 앉는 숱한 사람과 숨결이 무슨 이야기를 남기기를 바라니? 너는 네가 스치는 모든 옆으로 무슨 이야기를 흩뿌리면서 지나가려고 하니? 네 발바닥이 닿는 자리에 어떤 마음을 꾹꾹 찍는지 헤아리렴. 네 손바닥이 닿는 곳에 어떤 하루를 톡톡 놓는지 헤아려 봐. 2025.10.10.쇠.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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