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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왕 ㅣ 미래엔그림책
제레미 모로 지음, 셀린 리 그림, 정혜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25년 11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2.22.
그림책시렁 1732
《고양이 왕》
제레미 모로 글
셀린 리 그림
정혜경 옮김
미래엔아이세움
2025.11.25.
고양이는 사람이 주는 밥만 먹지 않습니다. 으레 새나 쥐나 뭇짐승을 사냥합니다. 벌레나 나비도 잡습니다. 괭이밥이라는 풀이름이 있듯, 털을 게우려고 들풀을 뜯어먹기도 합니다. 《고양이 왕》은 집고양이 삶을 빗대어 들빛을 잃다가 잊으면 얼마나 망가지는가 하는 얼거리를 보여주는 듯한데, 날쌘 제비를 사냥하는 고양이가 스물하루 넘게 사냥을 못 한다는 대목은 매우 아리송합니다. 무릇 고양이도 개도 들숲메에서 스스로 살아갈 줄 알아야 한다고 외치는 줄거리는 안 나쁩니다. 그러나 억지는 안 써야 하지 않을까요? 새끼고양이라면 아직 사냥을 모를 테지만, 다 큰 고양이가 밥그릇을 빼앗겼대서 굶는다고 한다면 꽤 얄궂습니다. 오늘날 숱한 사람이 들빛과 숲빛과 멧빛을 잃다가 잊는다는 목소리를 책끝에 붙이는군요. 이럴 바에는 처음부터 “들숲메를 모르는 멍청한 서울사람”을 놓고서 오롯이 글그림을 짜야 맞습니다. 모든 글과 책이 매한가지입니다만, 목소리만으로는 싸울 뿐이고 다툴 뿐이며 겨룰 뿐입니다. 삶을 짓는 손길을 담을 노릇이고, 살림을 가꾸는 손빛을 그릴 일이며, 사랑을 펴는 푸른터를 보여주면 됩니다.
#Le Roi-Chat #JeremieMoreau #SelynnLee
ㅍㄹㄴ
《고양이 왕》(제레미 모로·셀린 리/정혜경 옮김, 미래엔아이세움, 2025)
고양이 왕은 항상 하품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어요
→ 고양이님은 노상 하품을 하며 하루를 열어요
→ 고양이 임금은 늘 하품으로 하루를 맞이해요
3쪽
그 고귀한 자기 밥그릇을 향해 느긋이 걸어갔지요
→ 거룩한 밥그릇을 보며 느긋이 걸어가지요
→ 빛나는 밥그릇한테 느긋이 걸어가지요
3쪽
우리의 폐하께서는 이제 정원으로 나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곤 했습니다
→ 우리 님은 이제 뜨락으로 나가 즐겁게 한때를 보내곤 합니다
→ 우리 임금은 이제 뜰로 나가 즐겁게 한때를 보내곤 합니다
3쪽
정원은 더없이 살기 좋은 곳이었어요. 정말 많은 생명으로 늘 북적였으니까요
→ 뜰은 더없이 살 만한 곳이에요. 숱한 숨결이 늘 북적이니까요
→ 뜨락은 더없이 살 만해요. 온갖 숨붙이가 늘 북적이니까요
5쪽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의 폐하가 특히 만족스러워하는 점이었답니다
→ 그래서 우리 임금이 더 기뻐한답니다
→ 그리하여 우리 님이 더욱 반긴답니다
5쪽
신참내기 제비가 질문을 던졌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죠
→ 새내기 제비가 물어보지만 이미 늦지요
→ 햇내기 제비가 묻는데 이미 늦어요
6쪽
돌연 고양이 왕은 무슨 악마에 씐 것 같았어요
→ 고양이님은 갑자기 사납게 씐 듯해요
→ 고양이 임금은 더럭 미친 듯해요
9쪽
한바탕 쇼를 잘 마친 고양이 왕은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러 햇살 좋은 곳을 찾아 기품 있게 걸어갔습니다
→ 한바탕 볼거리를 마친 고양이님은 하루가 고단하여 햇볕 바른 곳으로 멋스레 걸어갑니다
→ 한바탕 푸닥거리를 마친 고양이 임금은 이제 고단하여 해바른 곳으로 곱게 걸어갑니다
9
해가 떠오를 무렵, 그들은 마침내 작전을 세웠습니다
→ 해가 떠오를 무렵 마침내 꾀를 내놓습니다
→ 해가 떠오를 무렵 마침내 꿍꿍이를 냅니다
12
더 놀라운 것은 그가 하루 종일 단 한 번도 가르릉 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거죠
→ 더 놀랍게도 하루 내내 가르릉 소리를 내지 않았지요
→ 하루 내내 가르릉 소리를 아예 내지 않으니 더 놀랍지요
15
똑같은 일이 일주일 내내 반복되었습니다
→ 똑같은 일이 이레 내내 잇습니다
→ 이레 내내 똑같습니다
15
우리의 폐하는 모욕감을 느꼈어요
→ 우리 님은 얼굴이 벌겋습니다
→ 우리 임금은 창피합니다
15
별로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옆쪽에 착지했지요
→ 딱히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옆에 내려앉지요
→ 그리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옆에 날아앉지요
18
곤란함을 느꼈으나 폐하는 희망을 잃지 않았어요
→ 임금은 고달프지만 꿈을 잃지 않아요
→ 임금님은 고되지만 빛을 잃지 않아요
18
이 정원의 군주인 내가
→ 이 뜨락님인 내가
→ 이 뜰임금인 내가
18
만약 내가 사료 없이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존재라면?
→ 내가 먹이 없이는 하나도 안 훌륭하다면?
→ 내가 밥 없이는 아무런 값이 없다면?
18
이 생각이 고양이 왕의 속을 차갑게 얼어붙게 했습니다
→ 이렇게 느끼자 고양이 임금은 차갑게 얼어붙습니다
→ 이렇게 여기자 고양이님은 차갑게 얼어붙습니다
18
정원의 친구들은 자기들만의 은신처에서
→ 꽃밭 동무는 저희 뜨락에서
→ 꽃뜰 동무는 저희 굴에서
21
3주가 지났을 무렵, 어미 들쥐가 말했지요. 강한 성격을 지녔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한 어미 들쥐였습니다
→ 세이레가 지날 무렵, 대차면서 따뜻한 어미 들쥐가 말합니다
→ 스물하루가 지날 무렵, 굳건하면서 따뜻한 어미 들쥐가 말합니다
21
이젠 배고픔보다 더 큰 문제가 고양이 왕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어요
→ 이제 고양이 임금은 고픈 배보다 더 큰 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 이제 고양이님은 배고픈 일보다 근심걱정으로 짓눌립니다
24
네 밥은 네가 스스로 구해 보거라
→ 네 밥은 네가 스스로 잡아 보거라
→ 네 밥은 네가 스스로 얻어 보거라
29
안락한 집을 떠나 산과 숲에서 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 아늑한 집을 떠나 멧숲에서 살아간다고 합니다
→ 포근한 집을 떠나 멧숲에서 지낸다고 합니다
31
마지막으로 도시를 떠난 건 누구였을까요? 그건 여러분이 상상해 보세요
→ 누가 마지막으로 서울을 떠날까요? 여러분이 헤아려 보세요
→ 누가 마지막으로 큰고장을 떠날까요? 여러분이 그려 보세요
31
나의 멋진 가족에게
→ 멋진 우리집한테
32
지금 우리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 이제 우리는 이야기를 새로 짜야 합니다
→ 오늘 우리는 이야기를 새로 펴야 합니다
32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지 않은 하나의 존재일 뿐이며, 우리의 생존은 그들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데 달려 있습니다
→ 사람과 숱한 짐승은 안 다릅니다. 우리는 뭇숨결과 어울려야 살 수 있습니다
→ 사람은 뭇짐승과 나란합니다. 사람은 온숨결과 어울려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32
이제는 그 정원을 우리의 집 안으로 들여와야 합니다
→ 이제는 뜰을 우리집으로 들여와야 합니다
→ 이제는 풀밭을 우리집으로 들여야 합니다
32
저는 오늘날의 아이들이 공주나 슈퍼맨이 되기를 꿈꾸는 것만큼이나 열렬히 이 땅의 존재가 되기를 희망하길 바랍니다
→ 요즈음 아이들이 꽃님이나 힘꾼이 되기를 바라는 만큼이나 이 땅에 발붙이기를 바랍니다
→ 요즈음 아이들이 꽃순이나 머드러기가 되기를 꿈꾸는 만큼이나 이 땅에 녹아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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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