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저 끝까지



저 끝까지 가려고 할 수 있어. ‘끝’이라는 데에 가 보면, 그저 둘레가 다 트인 데야. 네가 사는 별이건, 온누리에 숱한 별이건 같아. 얼핏 ‘끝’으로 보일 테지만, 그곳은 그저 ‘곳’이야. 별로 가득한 온누리에는 ‘끝별’이 따로 없어. 네가 있는 곳에서 멀다고 여기기에 ‘그곳’을 ‘끝’으로 여겨도 될까? 거꾸로 보면, “그곳에 있는 사람”한테는 “네가 있는 곳”을 끝으로 볼 수 있겠지. 끝과 끝이 아니야. ‘곳’과 ‘곳’이야. 너는 네 곳에서 이웃한 곳으로 간단다. 네 이웃은 저 끝에서 오지 않아. 그저 ‘저곳’에서 ‘이곳’으로 흐르고 움직여서 만나. 네가 무슨 일을 할 적에 ‘끝까지’ 하겠노라 여길 수 있을 텐데, 어느 일을 끝까지 해본다면, “일을 끝내는 때”는 늘 새롭게 일을 여는 길목인 줄 알아보겠지. 모든 일은 서로 이어. 모든 길도 서로 잇지. 마음과 마음은, 끝에서 끝으로 닿지 않아. 이곳과 저곳을 곧게 잇는 사이에, 두 곳이 곱게 만나는 빛을 이룬단다. 풀도 나무도 ‘꽃’을 피우는 ‘끝’까지 나아가. 풀이며 나무는 ‘꽃’이라는 끝에 이르기에 숨을 돌리면서 바야흐로 새롭게 ‘씨앗’이라는 길로 이어. 어느덧 씨가 굵게 맺으면, 풀은 가만히 시들어서 흙으로 돌아가지. 어느새 씨를 다 맺는 나무는 잎에서 푸른빛을 줄이면서 쉰단다. 너는 사람으로 아침과 낮과 저녁과 밤을 어떻게 맞이하니? 모든 때가 처음이자 끝으로 흐르는 줄 알아보니? ‘오늘’을 맞이하기에 “바로 이때”인 오늘은 어느새 저 끝으로 가면서 저물어. 이제 ‘이때’를 맞아들이면서 ‘어제’는 먼 끝으로 넘어간단다. 모든 하루는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날아가는 셈이야. 끝이기에 꽃이 피고 씨앗이 굵지. 2026.1.17.흙.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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