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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의 생각 없는 생각 - 양장
료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평점 :
품절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12.31.
까칠읽기 114
《료의 생각 없는 생각》
료/이효정
열림원
2025.6.16.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은 2025년 11월로 접어들 즈음 갑자기 책집에서 사라진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이 벌인 민낯이 드러나면서 하루아침에 책팔기를 멈추고, 누리길(sns)도 막고, 이모저모 입막음이 휘몰아쳤다. 쉴틈없이 일해야 하던 젊은이는 저승으로 갔고,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저승값(사고배상금)을 ‘죽은 젊은이 집안’에 발빠르게 치른다. 여태 마치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잠재우는 바람을 탔다. 이러고서 두 달이 지난다. 숱한 사람들은 마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까맣게 모른다. 료 씨가 낸 책이름하고 똑같이 ‘생각 없는 머리’로 ‘런던베이글뮤지엄 맛집마실’을 즐기고, 그들 누리집이나 누리글에 신나게 올린다.
2024년 12월 29일 무안나루에서 날개가 난데없이 펑 터지기 앞서, 2024년 12월 첫머리에 슬그머니 무안나루 ‘새로열기(재개장)’를 크게 벌였다. 어느덧 한 해가 흐르지만, 전라남도에서 어느 누구도 값을 치르지 않았다. 이 죽음수렁을 글로 쓰거나 목청을 높이는 사람은 그야말로 보기 어렵다.
새해로 접어들면 나라 곳곳에서 뽑기를 또 한다. 말 그대로 ‘뽑기’이다. 우리는 아직 아름길(민주주의)이 아니다. 일꾼을 못 가리고, 못 보고, 못 찾고, 못 만난다. 느닷없이 새책집에서 사라진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을 헌책집에서 찾아냈다. 두 달 즈음 조금조금 넘겼다. 료 씨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글을 쓰면서 ‘빵팔이 + 글팔이 + 얼굴팔이’를 했는지 궁금하지 않고, 알아야 하지도 않다. 그저 겉치레에 허울이 가득할 뿐이다. 다만, 이런 겉치레와 허울을 2025년 10월 31일까지 숱한 사람은 아예 안 알아보거나 못 알아보는 판이었고, 2025년 12월 31일까지 돌아보니, 그냥그냥 흘려넘기거나 지나친다.
앳된 젊은이가 눈물겹게 죽지 않았다면, 쓰잘데없는 책 한 자락이 ‘2025년 올해책 꾸러미’에 들지 않았을까? 참으로 끔찍한 짓이 일어날 뻔했다.
뉘우침글을 쓰는 사람은 왜 없을까? 아니, 어디에 틀림없이 있으나, 내가 못 찾아냈을 뿐이리라. 이런 책을 못 알아보고서 넙죽넙죽 별다섯을 꾹꾹 눌러서 잘못했다고 고개숙이는 사람은 왜 없을까? 아니, 어디에 반드시 있을 텐데, 내가 영 찾아내지 못 할 뿐이리라. 한 해를 마무르는 섣달그믐에 우리 모두 나란히 곰곰이 삶길을 돌아보기를 빈다. 새해에는 누구나 ‘눈뜨는’ 말과 글과 책과 이야기와 살림과 들숲메바다와 풀꽃나무와 해바람비를 고이 품기를 빈다.
ㅍㄹㄴ
《료의 생각 없는 생각》(료, 열림원, 2025)
우리 모두는 모두에게 유일한, 스스로에게 가장 첫 번째로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인지할 때부터, 누군가를 진짜 사랑할 수 있는 특권을 선물 받게 되는 것 같아, 오늘도 바래 봅니다
→ 우리 모두는 저마다 하나인, 스스로 가장 먼저 사랑받을 사람인 줄 알 때부터, 서로 참으로 사랑할 수 있는 빛을 받는 듯하다고, 오늘도 바랍니다
→ 우리 모두는 스스로 하나인, 나부터 첫째로 사랑받을 사람인 줄 느낄 때부터, 서로 참답게 사랑할 수 있는 듯하다고, 오늘도 바라봅니다
7
그렇게 말처럼 쉬울 수는 없는 것이다
→ 그렇게 말처럼 쉬울 수는 없다
13쪽
발바닥 마사지를 하고, 배가 전보다 자주 고파진다는 특이점을 찾아볼 수 있겠다
→ 발바닥을 주무르고, 배가 예전보다 자주 고파서 다르다
→ 발바닥을 토닥이고, 배가 예전보다 자주 고프니 다르다
21쪽
곁에 두고 지낼 수 있음이 더없이 감사한 시간들
→ 곁에 두고 지낼 수 있어서 더없이 고마운 하루
→ 곁에 두고 지낼 수 있으니 더없이 기쁜 오늘
24쪽
단순히 표현하고 기뻐해주는 상관관계뿐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 일이 늘 뒤따를 때
→ 그저 나타내고 기뻐하는 사이뿐 아니라 열매로 늘 따질 때
→ 마냥 드러내고 기뻐하며 지낼 뿐 아니라 마감을 늘 잴 때
56
듣고, 만지며, 기억하는 자연스러운 습관도 가질 수 있었다는 건, 한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 듣고, 만지며, 떠올리는 버릇이 저절로 밴 줄은 한참 나중에서야 알았다
→ 듣고, 만지며, 되새기는 버릇이 어느덧 밴 줄은 한참 나중에서야 알았다
74쪽
절기의 표식과 상관없이 기운으로 알아버리는 나는 어느새 진짜 어른인 것이고, 오늘은 입추인 것이다
→ 철눈을 몰라도 기운으로 알아버리는 나는 어느새 어른이고, 오늘은 새가을이다
→ 눈금을 몰라도 기운으로 알아버리는 나는 어느새 어른이고, 오늘은 가을길이다
100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는 매일의 고마움 말이야
→ 값을 치르지 않고도 느낄 수 있는 고마운 하루 말이야
→ 돈을 내지 않고도 느낄 수 있는 고마운 나날 말이야
146
저 끝의 진짜 감사함이 나오게 되는 끝없던 사이클을, 싫증 없이 사랑해
→ 저 끝, 참으로 고맙다고 말하는 끝없던 돌잇길을 그저 사랑해
→ 저 끝, 그저 고맙다고 밝히는 끝없던 길이 안 싫어, 사랑해
146
나를 구원하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남을 구하는 것이듯
→ 나를 살리는 오직 하나는 먼저 남을 살리기이듯
→ 나를 돕는 딱 한 가지는 먼저 남을 돕기이듯
191쪽
나는 종종 일에 경중이 없이 모든 일을 같은 강도로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 나는 가끔 모든 일을 높낮이 없이 하는 나를 본다
→ 나는 이따금 모든 일을 똑같이 하는 나를 느낀다
235
모두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서로가 흥미로운 그런 세상이 오기를, 그리고 함께 그 꿈을 만들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모두가 다른 누구가 아닌 나로서 서로 반가울 나날이기를, 그리고 함께 이 꿈을 짓기를 참으로 바랍니다
→ 모두가 다른 남가 아닌 나로서 서로 즐거울 날이기를, 그리고 함께 이 꿈을 일구기를 참말로 바랍니다
356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