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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에게 물린 날 ㅣ 푸른도서관 47
이장근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6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2.25.
노래책시렁 492
《악어에게 물린 날》
이장근
푸른책들
2011.6.10.
우리나라 노래밭(시문학계)을 보면, 어린노래(동시)는 ‘학교·학원 사이에서 지치다가 동무하고 사귀고 싶은’ 마음으로 맴돌고, 푸른노래(청소년시)는 ‘대학·입시 사이에서 괴롭다가 어른흉내 하고 싶은’ 마음에서 헤맨다고 느낍니다. 스스로 놀고 노래하는 빛을 담는 어린노래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푸르게 물들고 철들면서 온누리를 품는 푸른노래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악어에게 물린 날》은 푸름이 둘레에서 구경하는 눈길을 잇습니다. 스스로 푸름이로 서는 글결이 아니고, 그렇다고 푸름이하고 손잡는 어른이라는 글길도 아닙니다. ‘시문학은 이래야 한다’고 여기는 듯해요. 그렇지만 ‘어린이는 이래야’ 하거나 ‘푸름이는 저래야’ 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어린이와 푸름이는 배움터에 머무는 나날이 짧아요. 먼저 집이 있고 마을이 있습니다. 집과 마을을 품는 푸른별이 있습니다. 푸른별을 아우르는 온누리가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사람한테 피어나는 넋이 있습니다. 어린노래와 푸른노래라면 이와 같은 ‘빛’을 보면서, ‘빛노래’로 나아갈 노릇입니다. ‘빚’에 허덕이는 글자랑이 아닌, ‘꿈을 빚는 씨앗’이라는 삶글과 살림글을 펴면서, 차분히 사랑글과 숲글로 거듭나야 할 텐데 싶습니다.
ㅍㄹㄴ
손잡이를 꽉 잡았다 / 착시였다 / 버스는 멈춰 있고 / 옆 차가 가고 있었다 // 이럴 땐 / 보고 있는 게 손해다 (착시/24쪽)
나도 방문을 닫고 들어와서 / 우등생이 되어 나가고 싶은데 / 잠만 온다 / 나가고만 싶다 (누에와 나/27쪽)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셨다 / 성적표를 보시더니 / 시무룩해진 얼굴로 / 말없이 들어가셨다 / 휴∼ 살았구나 싶었다 (띄어쓰기 오류/45쪽)
나도 모르게 주머니로 / 손이 들어갔다 / “천 원어치도 팔아요?” / 귤탑에 있는 귤 다섯 알 / 내 마음의 탑에 / 쌓아 두었다 (마음의 탑/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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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에게 물린 날》(이장근, 푸른책들, 2011)
발목에 걸린 일들을 넘어요
→ 발목에 걸린 일을 넘어요
11쪽
밑줄이 쳐진 걸까 별표가 그려진 걸까
→ 밑줄을 그었을까 별을 그렸을까
→ 밑줄을 그었나 별꽃을 그렸을까
18쪽
내 책상 위에 놓인
→ 내 책자리에 놓인
→ 내 자리에 놓인
30쪽
잘 키우면 장점의 시작이 될 거다
→ 잘 키우면 첫멋을 삼을 수 있어
→ 잘 키우면 첫솜씨일 수 있어
→ 잘 키우면 처음빛일 만해
33쪽
외국으로 배낭여행도 갈 거라며
→ 이웃나라로 들마실도 간다며
→ 먼나라로 들짐마실도 간다며
34쪽
무단결석 3일째
→ 안 나온 사흘째
→ 빈자리 사흘째
→ 건너뛴 사흘째
39쪽
휴∼ 살았구나 싶었다
→ 후유 살았구나 싶다
45쪽
나를 보고 문제 학생이라 한다
→ 나를 보고 껄렁댄다고 한다
→ 나를 보고 못되다고 한다
→ 나를 보고 말썽꾼이라 한다
48쪽
한두 마리만 수정된다는데
→ 한두 마리만 맺는다는데
→ 한두 마리만 품는다는데
52쪽
우측통행을 해야지
→ 오른걷기 해야지
→ 오른길을 가야지
73쪽
태어나서 지금껏 좌측통행만 했으니
→ 태어나서 여태껏 왼길만 걸었으니
→ 태어나서 이제껏 왼길걷기 했으니
7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