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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반대한다 - 우리시대에 고하는 하워드 진의 반전 메시지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 이후 / 2003년 2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11.21.
인문책시렁 461
《전쟁에 반대한다》
하워드 진
유강은 옮김
이후
2003.2.19.
총칼을 쥔 싸움도 바보짓이지만, 말싸움(토론)도 바보짓입니다. 두싸움(젠더 워)도 나란히 바보짓입니다. 모든 싸움은 “이쪽만 옳기에 이쪽만 싸고돌” 적에 터집니다. 한쪽만 감싸면서 맞은쪽은 손가락질에 탓질에 호통에 불씨에 주먹질까지 일삼으니, 그만 둘 사이가 쩍쩍 갈리면서 윽박지르고 피가 튀고 목숨까지 잃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총칼만 물리칠 수 없습니다. 말다툼도 물리칠 일입니다. 등돌리거나 고개돌리는 모든 바보짓도 물리칠 노릇입니다. 저놈이 여태 우리한테 굴레를 씌우고 수렁으로 몰아댔기에, 이제부터 저놈한테 굴레를 씌우거나 수렁으로 몰아넣어야 하지 않습니다. 이쪽도 저쪽도 굴레와 수렁이 아닌, 꽃길과 숲길과 들길과 푸른길을 함께 걸어가는 보금자리를 일굴 살림살이로 거듭나야지 싶습니다.
《전쟁에 반대한다》는 푸른별에서 우리가 사람빛을 스스로 팽개치거나 잊은 채 헤매는 얼뜬짓을 차근차근 짚습니다. 총칼로만 싸우지 않는다는 대목을 짚으면서, “어디에도 바른길은 없다”고 나즈막이 속삭여요. 나도 너도 바르거나 옳지 않다고, 나도 너도 서로 배우고 새로 익히면서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서로 모여서 마음을 나눌 때에 싸움박질이 아닌 어깨동무로 첫발을 내딛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모여도 뜻있을 테지만, 처음부터 다 모이기보다는 조촐히 조용히 모이는 조그마한 자리를 멧숲에서 나눌 적에 즐거울 만합니다. 손을 맞잡고서 두레를 펼 사람부터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울 일입니다. 하나씩 풀어내면서 집·마을·둘레를 푸른숲으로 일구려는 풀사람·흙사람·숲사람·작은사람이 만나고 어울릴 줄 알아야 합니다.
걷는 사람은 싸울 일이 없습니다. 두바퀴를 달려도 싸울 일은 없는데, 두바퀴를 마구마구 내달리려고 하면 싸웁니다. 쇠(자동차)를 몬대서 싸우지 않으나, 웬만한 사람은 쇠에 앉아서 손잡이를 쥐면 싸움꾼으로 탈바꿈하더군요. 그러니까, 우리는 스스로 착하고 참하고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리기 앞서까지 쇠를 거느려서도 몰아서도 안 됩니다. 걸어야 하고, 거니는 삶이어야 하며, 아이랑 손잡고 걷는 하루를 지을 때에 모든 싸움박질을 녹여낼 만합니다.
하워드 진 님이 쓴 책은 워낙 “On War”입니다. 하워드 진 님이 들려주려는 이야기는 싸움박질을 거스르는 길입니다만, “전쟁에 반대한다”고 외치지 않아요. “다들 싸운다”고 속삭입니다. “넌 입으로는 평화와 평등과 민주를 들먹이지만, 너부터 싸우잖아?” 하면서 가볍게 나무랍니다. ‘목소리(주의주장)’만 높이기에 싸웁니다. 목소리를 높일 일이 아니라, 목소리를 나눌 일입니다. 서로 목소리를 나누려 안 하고, 이녁 목소리만 높이려 하니까 불똥과 불씨와 불티가 흩날리면서 그만 불바다와 불늪으로 뒤바뀌어 잿더미로 화르르 타버립니다.
ㅍㄹㄴ
그 주장이 아무리 ‘정당’하거나 ‘인도적’일지라도, 모든 전쟁의 변치 않는 고갱이는 국가 지도자들의 거짓말을 동반한 무고한 이들에 대한 계획적인 살육이기 때문이다. (17쪽)
이라크 폭격에 사용된 크루즈미사일은 모두 한 기당 가격이 백만 달러에 달하는 것이었는데, 국방부는 약 250기를 사용했다 … 그리하여 우리의 무기가 해외에서 사람을 죽이고 있는 동안에 이 나라에서는 집 없는 사람들이 얼어죽고 있다. (40쪽)
베트남 참전군인들에게 물어보라. 죽은 이의 가족들에게 물어보라. 수족이 잘린 사람들과 걸어다니는 부상자들에게 물어보라. 그렇다. 누군가는 그것이 훌륭한 대의였다고 주장할 것이다. (118쪽)
결국 우리의 유일하고도 진정한 방위력은 시체들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이고, 파괴적인 분노가 아니라 창의적인 에너지이며, 이는 우리를 죽이려는 다른 나라 정부들뿐만 아니라 역시 우리를 죽이려 하는 우리 자신의 정부에 맞섬을 통해 가능하다. (126쪽)
실제로 미국은 파시즘의 팽창을 별 강력한 대응 없이 지켜보기만 했었다. (242쪽)
제2차 세계대전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보면서, 또 그 전쟁이 만들어낸 세계와 우리 세기를 사로잡고 있는 공포를 바라보면서, 정당한 전쟁이라는 생각을 영원히 묻어버려야 하지 않을까? (277쪽)
#HowardZinnOnWar #HowardZinn #On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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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반대한다》(하워드 진/유강은 옮김, 이후, 2003)
일구이언하는 데 있어서 클린턴과 쌍을 이루는
→ 딴소리로는 클린턴과 짝을 이루는
→ 뜬금없기로는 클린턴과 나란한
→ 한입두말로는 클린턴과 똑같은
→ 오락가락으로는 클린턴과 맞먹는
2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