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서울로! 서울로!’ 가는 세상입니다. 지역에서 나고 자랐어도 지역에서 문화밭을 일구며 가꾸려는 사람보다는, ‘서울에 가서 이름을 날린다’든지, ‘서울에서 큰돈을 번다’든지, ‘서울에 사람이 많으니 이 무리에 섞이면 힘(권력)을 얻을 수 있다’든지 하면서, 자기 고향땅을 등집니다. 젊었을 때에는 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며 서울에서 복닥복닥 부대끼며 세상을 배운다고도 말합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풋풋한 이십 대 젊은 날을 서울에서 살았군요. 참으로 서울에는 젊은이가 많습니다. 서울과 제법 먼 부산이나 대구나 대전쯤만 해도 젊은이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천에는 젊은이가 적습니다. 젊은 나이에 인천에 머물러 있으면, ‘머리가 나쁘다’든지, ‘어딘가 문제 있다’든지, ‘사고라도 쳤다’고 바라보기 일쑤입니다. 꼭 이래서만은 아니지만, 인천에서 산타는자전거로만이 아니라, 동네에서 생활자전거 문화를 조촐하고 조용하게 나누려는 모임이 터를 잡기 어려워요. 하지만, 누가 나서서 이런 모임을 만들어 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자고, 생각이 있는 사람이 만들자고 하면서 세 사람이 뭉쳐서 작은 모임을 열었고, 이제는 제법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어제, 쌀쌀해지는 날씨에 자전거는 집에 놓고 모임사람들을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로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처음에는 삼겹살 집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두 번째로는 보리술을 마시러 갑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찾아간 보리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다가 모두들 ‘윽, 이게 뭐야?’ 하고 술잔에서 입을 뗍니다. 보리술에 물을 타도 장난이 아니게 탔고, 김이 빠져도 보통이 아니게 빠졌기 때문입니다. 술집 일꾼을 불러다가 따져도 ‘새 술인데요?’ 할 뿐. 그렇다면, 서른 마흔 쉰 나이까지 살아온 모임 분들이 여태껏 술을 마셔 오면서 보리술 맛도 모른다는 소리일는지.

 즐거웠던 모임이 확 나빠지려고 합니다. 지역에서 지역사람한테 장사하면서 어째 이럴 수 있는지. 그러나 ‘술은 알맞게 마시라’는 하늘 뜻인지 모를 일. 이제 그만 마시고 집으로 가라는.

 한 해 두 해 세 해, 이렇게 술을 마시는 가운데 술맛이 혀에 달라붙어, 냄새만 맡아도, 눈으로만 보아도 술맛이 어떻겠구나 하고 헤아리게 됩니다. 자전거를 한 해 두 해 세 해, 이렇게 타는 가운데 모두들 손떨림이 줄고 안전하게 즐기게 됩니다. 요즈막에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 《백 가지 친구 이야기》, 《해와 같이 달과 같이》, 《황새울 편지》 들을 꼭 세 번 되읽었습니다. 앞으로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까지 거듭 읽으면, 줄거리며 글쓴이 뜻이며 더 짙게 내 마음에 아로새겨지며 그려지겠지요.

 책을 다 읽고 나서 소개글을 쓸 때, ‘한 번 더 읽어 보고 쓸까?’ 싶어 한 번 더 읽고, ‘두 번 더 읽으면 좀더 나으려나?’ 싶어 두 번 더 읽고, ‘내 안에서 조금 더 삭이자’ 싶어 세 번 더 읽습니다. 이야기문이 솔솔솔 열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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