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커피가 싫어
어제(2025.8.14.) 낮에 두바퀴를 달려서 논둑길을 가르는데, 고흥제비 100마리 남짓 날개춤을 베풀었다. “엄청 줄었구나!” 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올가을 고이 돌아가서 따스히 누리고서 새해에 보자!” 하고 외친다. 손전화를 켜서 담으려 하니 이동안 모두 옆논 하늘로 사라진다.
오늘 고흥서 부산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서 쉼터를 거치는데, 버스지기님이 거듭거듭 말씀한다. “제발 버스에서 커피 다 마시고 내려주세요. 버스가 흔들릴 적에 미끄러져서 흘리면 버스 바닥에 냄새가 배고 힘듭니다. 기사들은 커피 들고 타는 분들을 보면 노이로제에 걸려요.” 그러고 보니 부산 시내버스에서도 버스지기님이 커피잔 들고 타는 손님을 다 막더라. 곰곰이 보면, 시외버스는 덜 흔들리지만 시내버스는 서서갈 수 있고 훨씬 흔들린다.
첫가을로 넘어서려는 흰구름은 아직 몽글몽글하다. 늦장마에 적잖은 사람이 죽고 다쳤는데, 나라지기는 멀쩡히 논다. ‘싸이’란 사람까지 부르며 신난 듯싶다. ‘무안공항 떼죽음(대참사)’은 아직까지 특검이건 진상조사를 할 낌새이건 없다. 이렇게 뭉개지만 우리 스스로 목소리조차 안 낸다. 떼죽음을 놓고도 갈라치기를 하는 벼슬자리라면 ‘민주’란 그저 허울이다. 깃발만 꽂으면 그냥 뽑히는 전라도는 ‘경선 여론조사’를 앞두고서 ‘당원등록’이 엄청 늘어난다.
버스지기님은 졸음과 잠을 쫓으려고 커피를 노상 달고 사는데 커피앓이를 할 만큼 숱한 젊은분이 시외버스와 시내버스를 어지럽힌다. 늙은 아재는 버스나루를 꽁초나라로 더럽히고 젊은분은 커피쏟기를 선보이고, 할매는 쉼터에서 너무 느긋하고, 여러모로 보면 재미난 별이다. 2025.8.15.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