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7.12. 구름하늘
부산에서 대구로 가는 기차표는 끊기 쉽지 않다. 문득 노포동 버스길을 살피니 꽤 많고 일반버스는 널널하다. 하늘바라기를 하며 움직이고 싶기에 일반시외버스를 탄다. 노포나루 한켠에 부산길그림이 있기에 일본판을 구경해 본다. 일본판 부산길그림에는 홀로섬(독도)까지 담는다.
구름하늘이 여름스럽고 시원하다. 비를 안 뿌리더라도 구름날은 싱그럽고 푸나무가 살랑살랑 춤사위이다. 바람에 잎이 뒤집히는 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우리나라 어디나 멧골이 깊되 경상도 멧골은 한결 깊게 출렁인다. 전라도는 너른들을 바라보는 터전이라면, 경상도는 너른메를 바라보는 삶터이지 싶다.
두 고장을 살림자리라는 대목으로 마주하면 서로 잇는 즐거운 새길을 푸르게 노래할 만하다고 본다. 들숲메한테 폭 안기는 곳에 보금자리를 두기에, 사람이 사람답지 않을까? 둘숲메를 잊거나 등지는 곳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돈벌이를 바라기에, 사람이 사람다운 빛을 팽개치지 않는가?
책을 읽다가 자꾸 멧숲을 내다본다. 숲 사잇길을 달리는 시외버스에서는 책을 읽기가 어렵구나. 구름이 너울거리는 날에는 그야말로 책에서 눈을 떼야 하는구나. 곁님과 두 아이하고 살림하는 동안에도 세 사람을 마주하고 바라보느라 책을 으레 손에서 내려놓았다. 스스로 피어나고 눈뜨는 사랑을 느낄 적에는 “사랑빛이 바로 책길”인 줄 배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