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7.6.
숨은책 1068
《전설의 시대》
토머스 발핀취 글
이하윤·홍봉룡 옮김
문교부
1959.3.20.
1946년에 연희전문을 마치고서 1952년부터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일하다가 1997년 10월 10일에 몸을 내려놓은 조우현 님 책은 1998년 2월 28일에 ‘조우현 교수 기증도서’라는 이름을 달고서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깃든 듯합니다. 그러나 썩 오래 깃들 지는 못한 듯싶습니다. ‘消. 延大’라는 붉은글씨를 받고서 버림받습니다. 조우현 님은 “Oct.17.'59. Seoul”처럼 기스락에 자국을 남겼으니, 얼추 마흔 해를 건사하던 책입니다. 우리나라는 ‘불핀치’를 처음으로 언제 옮겼을까요? ‘발핀취’라고 적은 1959년판이라면 아무래도 일본책을 옮긴 듯싶어요. 그래도 ‘문교부’에서 나라돈을 들여서 이웃책을 애써 펴냈습니다. 성글거나 서툴거나 어설프더라도 배움빛을 밝히려는 뜻이 모이던 지난날입니다. 우리는 우리 옛이야기를 제대로 못 건사하기 일쑤요, 우리가 살아온 자취도 그냥저냥 쉽게 내버리기 일쑤입니다. 요사이는 새책이 끝없이 나오는데 1959년 해묵은 책 하나쯤이야 버려도 되지 않느냐고 여기기 쉽고, 참말로 숱한 책은 종이쓰레기가 되어 사라집니다. 모든 책을 건사할 수 없다지만, 거꾸로 나라 곳곳에 “모든 책을 건사하는 책터”를 하나씩 둘 노릇이지 않을까요? “모든 책을 고이 두는 책살림터”를 마련하지 못 하는 나라라면, 아무래도 몹시 후줄근할 뿐입니다.
#TheAgeofFable (1855년) #ThomasBulfinch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