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30. 잔소리 큰소리
잔소리란 무엇일까 하고 오래오래 곱씹어 보았다. 나는 쉰 해라는 나날을 “잔소리 듣는 자리”에 서는데, 잔소리가 듣기 싫다고 느낀 적이 아예 없다. 이와 달리 큰소리를 들으면 흔들리고 아찔하고 어지럽더라.
이레쯤 앞서부터 두 소리를 새삼스레 돌아본다. 잔소리란 작은소리이다. 자잘하게 짚고서 작은곳부터 가다듬자고 들려주기에 잔소리이다. 자분자분 말하고, 자그맣게 알려주면서 조금씩 바꾸거나 가꾸어 가자고, 함께 이 길을 가자고 낮게 속삭이며, 늘 곁에서 사근사근 다가서려는 소리이기에 잔소리이더라.
이와 달리, 큰소리란 호되게 꾸짖으면서 와락 허물려는 소리이다. 이제 이대로는 너랑 같이 안 하거나 못 하니까 확 뜯어고치라고, 안 뜯어고치면 “난 너를 떠날래!” 하고 마지막으로 울부짖는 피맺힌 소리이다.
숱한 사내는 잔소리를 껄끄러워하거나 싫어하거나 귀찮아한다. 이러다가 왈칵 큰소리만 치려고 한다. 늘 하나씩 씨앗을 심고서 돌보듯 작게 조용히 넌지시 가볍게 늘 사랑으로 나아가려는 길을 등지기에 “잔소리가 싫게 마련”이로구나 싶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와락 바꿀 수 있고, 날마다 하나씩 돌보며 사랑할 수 있다. 잔소리를 들려주는 사랑이란, 아주 작은 데까지 지켜보며 “너하고 늘 한마음이란다.” 하고 빙그레 웃는 마음이라고 본다. 으레 큰소리를 내며 꾸짖거나 악에 받칠 적에는 이제 미움과 불길이 걷잡을 수 없는 나머지 “나 죽게 생겼어! 언제까지 잔소리를 안 들으며 아무렇게나 구니? 내가 죽는 꼴을 그렇게 보고 싶어?” 하고 외치는 피눈물이라고 본다.
잔소리를 듣는 사람은 고마운 줄 알 노릇이다. 오롯이 사랑이기에 잔소리를 한다. 사랑이 사라지고 말아서 불길이 타오르니 큰소리가 판친다. 큰소리만 치는 숱한 사내는 스스로 사랑을 잊고 등진 바보이다. 가시내가 마침내 큰소리를 터뜨릴 때까지 잔소리를 두 귀로 다 흘린 사내는 그저 머저리에 멍텅구리에 얼간이라고 하겠다.
잔소리란 “작은씨앗소리”이다. 잔소리란 “작은숲소리”이다. 잔소리란 “사랑소리”이다. 잔소리를 안 들으려는 버릇을 바로잡아야 비로소 온누리와 보금자리가 아늑하고 아름답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