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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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5.31.

다듬읽기 263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아포리아

 2013.3.13.첫.5만 부/2013.3.18.2벌.10만 부



  모든 말은 우리 마음을 드러내는 소리입니다. 모든 마음은 저마다 살아낸 나날입니다. 모든 글은 말을 그려낸 무늬입니다. 그래서 ‘삶 → 마음 → 말 → 글’이라는 얼거리이고, 어느 글을 읽더라도 ‘이 글을 쓴 사람 마음·삶’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글을 꾸미는 사람은 삶도 꾸미고 마음도 꾸밉니다. 멋스러이 글을 쓰는 사람은 삶과 마음과 말도 멋스럽게 보이려고 애씁니다. ‘좋은글’을 쓰거나 남기려 하는 사람은, 이미 이이 삶부터 ‘좋지 않’기에 ‘좋지 않은 삶과 마음을 숨기거나 가리면서 좋아 보이는 모습’을 슬그머니 씌우게 마련입니다.


  맞춤길이나 띄어쓰기를 빈틈없이 다스릴 줄 알면 ‘좋은글’일 수는 있어도, ‘삶글’이나 ‘마음글’이지는 않기 일쑤요, ‘나눔글’이나 ‘살림글’로 읽을 만하지 않더군요. 마음을 밝히려고 힘쓰는 사람은, 이미 말을 할 적부터 이녁 사투리를 씁니다. 서울사람이라면 서울사투리를 쓰고, 광주사람이라면 광주사투리를 쓰고, 대구사람이라면 대구사투리를 써요. 왜 사투리를 쓰느냐 하면, 언제나 그사람 속내를 말과 글에 그대로 담으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좋은글(좋아 보이도록 꾸민 글)’을 쓰려는 사람은 ‘사투리를 안 씁’니다. 사투리가 없이 말끔한 ‘맞춤말(교양 있는 서울사람이 쓰는 틀에 박힌 말)’에 갇혀요.


  《어떻게 살 것인가》를 펴면, 글쓴이 유시민 씨는 이녁이 이만 한 이름을 붙인 책을 쓸 만하지 않다고 밝히는 시늉을 합니다. 참말로 유시민 씨가 이만 한 이름을 붙인 책을 쓸 만하지 않은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이런 책은 안 씁니다. 그러나 유시민 씨는 “고매한 인품을 인정받은 사람이라야” 쓸 수 있을 책을 “나(유시민)는 고매한 인품도 아니고, 이런 인품이 있다고 인정받은 사람도 아닌데” 무턱대고 쓴다고 슬그머니 밝히고, “고매한 인품”인 사람을 살그머니 빈정댑니다.


  곰곰이 보면, 모든 사람은 저마다 ‘살아가’기에, 저마다 살아가는 나날과 발자국을 쓸 수 있고, 쓰면 되며, 쓸 노릇인데다가, 아이한테 물려주면 넉넉합니다. 구태여 깜냥(자격)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고 처음부터 갈라칠 까닭이 없습니다.


  유시민 씨가 쓴 이 책은 책자취(판권)에 몇 자락을 찍었는지 자랑스레 밝힙니다.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5만이고 10만이고 척척 팔아치울 수 있을 만큼 자랑스럽다고 밝히면서 “어떻게 살겠는가” 같은 줄거리를 다룰 만하지 않은 깜냥이라면, 여태 겉멋으로 책팔이를 했다는 셈입니다. 잘 모르는 분은 ‘1벌 5만, 2벌 10만’이라고 책자취에 밝힌 일은 펴냄터가 했다고, 글쓴이가 안 했다고 말씀하지만, 글쓴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펴냄터에서 함부로 이렇게 못 밝힙니다. 펴냄터하고 글쓴이가 한마음과 한몸이라서 이렇게 자랑스레 밝힙니다. 이른바 “고매한 인품인 작가” 분은 으레 “내가 아니고 출판사에서 이렇게 해서요” 하고 넌지시 펴냄터 탓으로 돌리기 일쑤인데, 참으로 거짓말쟁이에 눈속임입니다. “고매한 인품인 나는 책팔이를 잘한다는 자랑질은 안 하는 착한놈”이라고 읊으면서 뒤에서 웃거든요.


  책을 훑거나 새뜸(신문)을 넘기면서 얻은 부스러기(지식·정보)로 말잔치를 펴는 일은 안 나쁩니다. 다만, 유시민 씨 같은 분들은 부디 ‘서울 좀 떠나’서 ‘시골에서 맨손으로 호미를 쥐고서 텃밭살림’부터 해보기를 바랍니다. 우리한테 《토지》를 남긴 박경리 님은 ‘글을 쓰는 짬’보다는 ‘밭을 일구는 짬’에 ‘집안일과 부엌일을 하는 짬’을 한결 넉넉히 즐기고 누렸습니다. 밭일과 집안일과 부엌일을 하는 단단하고 푸진 몸빛을 날마다 일굴 줄 알기에 글빛도 단단하고 푸지게 여밀 수 있습니다. 밭일도 집안일도 부엌일도 안 하는 채, 더구나 아이를 돌보는 나날도 보내지 않는 채, 말만 하고 글만 쓰는 자리에서 돈벌이를 일삼는다면, 이때에는 그만 ‘촉새’가 되고 말아요. 이름이 촉새인 새한테는 안된 말입니다만, ‘입방정’이 아닌 ‘살림말’을 둘레에 들려주고 베푸는 글바치로 거듭나셔야 하지 않을까요? 서울 한복판에서 글팔이와 책팔이를 이어가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맨몸에 하늘빛과 흙빛과 숲빛과 들빛을 머금는 땀방울을 맞아들이는 하루를 살아내고 보면, ‘서울에서 벌이는 갖은 말잔치와 글잔치’가 얼마나 덧없는 밥그릇싸움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밥그릇싸움으로 쓰는 책은 그만 내놓아도 될 텐데 싶어요. 삶이 아깝잖아요? 밥그릇싸움으로 돈을 긁어모으는 삶이 재미있나요? 봄이 저물고 여름이 다가오는 길목에서 봄새와 여름새가 들려주는 노래잔치를 누리는 마음을 글로 옮길 적에 그야말로 빛나지 않나요?


ㅍㄹㄴ


《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 아포리아, 2013)


성공적인 삶을 살았거나 고매한 인품을 인정받은 사람이라야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 잘살거나 밝은 사람이라야 쓸 수 있지 않은가

→ 훌륭하거나 대단한 사람이라야 쓰지 않는가

7쪽


누구나 나름의 자기 검열을 한다

→ 누구나 제 나름대로 고친다

→ 누구나 가다듬는다

→ 누구나 깎고 자른다

9쪽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한 존중, 그런 것들을 위해 자기가 쓴 글을 객관적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수정하는 것이다

→ 다른 마음인 사람을 헤아리면서 스스로 쓴 글을 여러모로 따지고 살펴보고 고친다

→ 다른 사람을 눈여겨보면서 제 글을 이모저모 짚고 살펴보고 손질한다

9쪽


인생의 품격을 찾으려고 고민하는 모든 분들의 건투를 빈다

→ 멋스런 삶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든 분이 꿋꿋하기를 빈다

→ 삶멋을 찾으려고 힘쓰는 모든 분이 기운내기를 빈다

11쪽


나는 노는 게 좋다. 일도 좋지만 노는 건 더 좋다

→ 나는 즐겁게 논다. 일도 즐겁지만 놀이를 즐긴다

→ 나는 놀고 싶다. 일도 즐겁지만 놀이가 더 즐겁다

18쪽


대중의 사랑을 받기 전까지 많은 서러움을 겪었다

→ 사람들이 좋아하기 앞서까지 꽤 서러웠다

→ 사람들이 반기기 앞서까지 제법 서러웠다

27쪽


평범한 삶이 아름답고 행복할 수 없다는 게 아니다

→ 삶이 수수하기에 안 아름답고 안 즐겁지 않다

→ 여느삶이 안 아름답고 안 기쁘다는 뜻이 아니다

32쪽


의미 있는 삶을 원해서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 삶이 뜻있기를 바라서다. 삶은 그렇다

→ 뜻있게 살고 싶어서다. 삶은 그렇다

47쪽


삶의 의미는 사회나 국가가 찾아주지 않는다

→ 삶길은 남이나 나라가 찾아주지 않는다

→ 남이나 나라가 삶뜻을 찾아주지 않는다

51쪽


나는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 나는 스스로 즐거울 일을 하고 싶다

→ 나는 그저 즐겁게 일을 하고 싶다

62쪽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내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으로 내 삶을 채우는 것이 옳다

→ 바로 여기에서 스스로 뜻있게 일하며 살면 된다

→ 오늘 여기에서 스스로 뜻깊게 살아가면 된다

90쪽


나이를 먹는 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 나이를 먹기에 나쁘기만 하지 않다

→ 나이를 먹어서 꼭 나쁘지는 않다

→ 나이가 늘 나쁘지만은 않다

118쪽


생의 마지막 열흘 동안 곡기를 끊고 누워 있으면서

→ 마지막 열흘 동안 낟알을 끊고 누워서

→ 죽음을 앞둔 열흘을 밥을 끊고 누워서

134쪽


직업을 잘 선택하려면 열등감을 극복해야 한다

→ 일거리를 잘 고르려면 부끄러워도 이겨야 한다

→ 자리를 잘 찾으려면 모자라도 견뎌야 한다

171쪽


연대solidarity의 한 방법이었다. 연대는 아픔과 기쁨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사회적인 선과 미덕을 실현하는 행위이다

→ 손잡기이다. 함께 아프고 기뻐하며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서 착하고 아름답게 사는 길이다

→ 같이하는 일이다. 같이 아프고 기쁘며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서 착하고 아름답게 가는 길이다

186쪽


내면이 의미와 기쁨으로 충만한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 속이 깊고 기쁜 사람이 되기를 빈다

→ 마음이 참하고 기쁘기를 바란다

195쪽


아는 체 하지 않고 겸손하게 처신한다

→ 아는 체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다

→ 아는 체하지 않고 다소곳이 산다

224쪽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청년들에게 위로와 더불어 한마디 고언苦言도 드리고 싶다

→ 끝을 받아들이기 힘든 젊은이를 다독이면서 잔소리도 하고 싶다

→ 끝맺음을 못 받아들이는 젊은이를 달래면서 쓴소리도 하고 싶다

232쪽


이름 남기기 그 자체를 인생 목표로 설정할 경우 삶을 왜곡하게 된다

→ 그저 이름을 남기려고 살면 뒤틀린다

→ 그냥 이름을 남기려고 살면 비틀린다

32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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