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샘물먹기 2025.5.18.해.



샘물을 먹으면서 멧숲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샘물맛도 모르고 멧바람맛과 숲내음을 몰라. 바닷길을 다니는 사람은 빗물을 그대로 받아서 마셔. 바다살림을 하는 나날이기에, 빗물이 살림물인 줄 알지. 그리고 모든 빗물은 바다에서 어떻게 오는지 읽을 뿐 아니라, 소금이 어떤 몫인지 알아차리지. 네가 멧숲도 바다도 아닌 서울(도시)에서 산다면, 넌 샘물도 빗물도 모를 만하고, 그저 등지면서 꼭짓물(수돗물)과 거름물(정수기)에 기댄단다. 플라스틱에 몇 달씩 가둔 물에 얽매이기도 하고. 나라(정부)는 사람들이 안 튼튼하기를 바라. 그래서 병원을 그토록 때려지으면서 큰돈을 쏟아붓지. 사람들이 튼튼하고 멀쩡하면 다들 제넋을 차릴 테니, 모두 맑고 착하고 참하면서, 거짓말에 안 속아. 사람들이 안 튼튼하기에 안 멀쩡하고 나라에 기대면서 쉽게 속는단다. 나라가 왜 물을 거머쥐면서 더럽히겠니? 사람들 누구나 ‘더럼물’에 길들어야 ‘돈벌레’라는 쳇바퀴에 갇혀. 그리고 벼슬아치나 나라일꾼도 나란히 죽임물인 꼭짓물과 플라스틱물을 마셔야, 그들도 더럼길과 더럼마음과 더럼말을 잇는단다. 보렴! 누가 멧숲바다로 가서 아이를 낳아 살아가니? 보렴! 누가 샘물을 마시고, 누가 샘물이 ‘더럽다(위험)’고 하는 ‘과학’을 퍼뜨리니? 과학자가 샘물을 먹을까? 디자이너와 운동선수와 소설가와 평론가가 샘물을 먹는 시골에서 살까? 다들 한통속으로 썩어가고 죽어가는데, 썩고 죽으면서 돈벼락을 맞으니 더 돌아버린단다. ‘샘’을 잊고 등지기에 ‘생각’을 잃고 스스로 버리는구나. 생각을 안 하니, ‘무늬만 사람’이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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