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아이돌 2025.5.21.물.
우리는 남한테 뭘 보여주려고 태어나지 않아. 우리는 남을 구경하려고 태어나지 않아. 우리는 처음 태어난 몸으로 빛나지. 겉으로는 살뜰히 빛나고, 속으로는 알뜰히 빛난단다. 풀은 한 포기 숨결로 빛나. 나무는 한 그루 숨결로 빛나지. 높일 일이나 낮출 까닭이 없이 어울려서 살아가는 풀과 나무란다. 그저 그대로 그곳에 있기에 아침해와 함께 눈뜨면 둘레를 바라보지. 나를 둘러싼 숱한 숨빛을 느끼면서 함께 있는 이곳을 사랑하려고 마음을 활짝 열지. 나무를 바라보는 풀은 나무한테 눈길을 빼앗기지 않아. 둘은 그저 서로 보며 하루를 살다가, 어느새 스스로 들여다보는 꿈길로 나아가. 그런데 사람들은 스스로 그려서 스스로 짓고 스스로 하고 스스로 펴서 스스로 나누는 길을 잊으면서, 서로 치고받으면서 빼앗는 나라를 세우네. 모든 나라는 제 나라를 키우려고 힘을 쏟아. 이러면서 나라일꾼 스스로 남보다 높다고 여기고, 남을 밑에 놓는단다. 나라에서 살아가자면 ‘나’가 아닌 ‘남’한테 제 기운을 바쳐야 하지. 스스로 그려서 짓고 하고 펴고 나눌 적에 ‘일’인데, 나라는 “남한테 제 기운을 바쳐서 돈을 조금 얻는 굴레”에 ‘일’이라는 이름을 엉뚱하게 붙이네. ‘공무원·대통령·군인·과학자’가 ‘일’일 수 있을까? ‘허수아비’에 ‘종’이지 않을까? 나라는 ‘종살이’를 하는 ‘허수아비’를 꾀려고 ‘아이돌(idol·우상)’을 세워. 대통령을 비롯한 나라사람(공무원)부터 ‘아이돌’이고, 얼굴과 몸매와 춤짓으로 노닥거리는 모습으로 ‘어린 아이돌’을 세운단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