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1.


《은박지에 새긴 사랑》

 호치민과 다섯 사람 글/김남주 옮김, 푸른숲, 1995.2.6.



구름이 짙되 해가 자주 나오는 하루이다. 일곱 해를 이은 꾸러미를 매듭지었기에, 이제 새롭게 여밀 꾸러미를 살핀다. 그동안 여미던 틀을 바꾸어서 이모저모 꾸리기까지 꽤 걸린 듯싶다. 처음에는 익숙한 대로 세우고, 이내 가다듬고, 다시 살피면서 뜯어고치고, 거듭 짚으면서 추스르는 길을 거친다. 닷벌 열벌 스무벌 돌아보는 사이에 비로소 얼거리를 알아챈다. 낮에는 두바퀴를 달린다. 마을논을 가로질러서 과일을 장만한다. 이웃마을은 베트남과 필리핀 아가씨를 모아서 마늘을 캔다. 이제는 우리나라 젊은이와 푸름이조차 ‘마늘심기·마늘캐기’를 하나도 모를 테고, 그냥 사먹기만 하겠지. ‘몇 차 산업’이나 ‘AI타령’을 할 일이 아니다. 한때 ‘메타버스’가 징글징글하게 판치더니 이제 쑥 들어갔다. 우린 뭘 봐야 할까? 들숲메바다를 손수 건사하고 몸소 돌보는 배움길을 새로 펴야 하지 않나? 《은박지에 새긴 사랑》은 예전에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2018년에 다시 옛이름으로 나온다. 찬바닥에서 이웃나라 아름글을 한 글씨씩 옮기던 마음이란, 아침저녁으로 스스로 되새기려는 길이요, 아이한테 물려주고픈 씨앗이다. 오늘 우리가 쓰고 읽는 글은 ‘글씨(글씨앗)’일까, 아니면 ‘겉치레’일까? 사랑을 새기려는 마음이 아니라면 ‘글’이 아닌 ‘글시늉’이라고 느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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