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16. 오늘부터 상주작가 수업
오늘부터 부산 마을책집 〈책과 아이들〉에서 ‘깃새글꽃 이야기밭(상주작가 프로그램)’을 편다. 마을책집에 깃드는 길에도 신나게 글꽃을 펴려 하고, 부산이웃님하고 여러 이야기밭을 일구려고 한다. 새벽에 길을 나서려다가 눈을 살짝 붙이고서 빨래를 한다. 집안을 돌아보고 빗물을 마시고 두 아이랑 가볍게 말을 섞고는 짐을 꾸려서 움직인다.
오늘은 마을앞부터 죽음냄새를 맡는다. 풀죽임물도 죽음빛이지만, 꽃가꿈물(화장품)도 죽음냄새이다. 농약회사뿐 아니라 군청을, 화장품회사뿐 아니라 시청을, 덧없는 겉발림에서 풀려나도록 박살낼 때에 마을과 집과 나라와 푸른별이 바로서리라 본다. 어깨동무(페미니즘)로 가는 첫길에 모든 화장품과 농약을 박살낼 수 있기를 빈다.
우리가 밭에 씨담배를 심어서 손수 거두어 손수 말리고는 손수 잎담배를 피우는 살림길이라면, 누구나 머리를 틔우고 깨워서 생각을 열리라. 그러나 이렇게 안 하고서 가게에서 까치담배를 사서 얼렁뚱땅 꼬나물다가 가래침과 함께 뱉으면 그저 꼰대로 구른다. 비닐집에서 기름 먹여 키운 상추나 깻잎이나 딸기가 우리한테 이바지할 수 없듯, 화학필터 까치담배는 몸과 마음을 갉는 죽음빛이다.
‘나’를 바라보는 사람은 ‘나라’에 옭매이지 않는다. 나를 잊다가 잃기에 나라에 휩쓸리고 휘둘리는 톱니바퀴 노리개가 된다. 나라 아닌 나를 보면서 ‘너’를 만나는 길이 말길이고 배움길이라면, 나하고 너를 이어서 ‘우리’를 알아보는 길이 꽃길이고 익힘길이다. 배우기만 하면 굳는다. 배우기만 하니 배짱을 부린다. 배우기만 하니 배불뚝이처럼 혼자 거머쥐며 이웃을 괴롭힌다. 하나를 배우기에 하나를 찬찬히 익히는 하루가 사람길이고 살림길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