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5.13.

오늘말. 그냥밥


풀짐승은 늘 날로 먹습니다. 미리 풀을 뜯어 놓고서 싱싱칸 같은 데에 두지 않아요. 사람이 풀을 먹을 적어도 날차림이 가장 즐겁습니다. 그냥밥이랄까요, 풀밥살림이란 마당이며 밭에서 훑는 그대로 누리는 풀살림입니다. 해바람비를 누리면서 자라는 풀은 철마다 새롭게 돋아요. 늦겨울과 첫봄 사이에 돋는 풀이 있고, 한봄에 돋는 풀이 있고, 늦봄에 돋는 풀이 있어요. 첫여름과 한여름과 늦여름에 따라 풀꽃살이가 다르니, 푸른밥이란 언제나 새롭게 싱그러이 빛나는 길이기도 합니다. 늦봄이 무르익으며 토끼풀밭을 이루면 토끼풀꽃을 따서 가락지나 띠를 엮을 수 있습니다. 푸른살림을 이은 모든 겨레는 풀꽃놀이를 하면서 푸른바람을 누렸어요. 가만히 보면 밥뿐 아니라 옷도 풀꽃한테서 얻습니다. 모시도 삼도 솜도 풀숨입니다. 꽃이 피고 지면 하얗게 터지는 솜입니다. 온누리 겨레옷이란 제 삶터에서 나고자라는 풀꽃을 돌보고 건사하면서 지은 살림옷입니다. 우리옷도 이웃옷도 푸른옷입니다. 오래 이은 옷살림이고, 푸른빛을 품은 온옷입니다. 내림살림으로 일군 풀꽃옷이란 수수하면서 아름다운 한옷입니다.


날밥·날로 먹다·날먹기·날차림·날차림밥·싱싱밥·그냥밥·그냥먹다 ← 생식(生食)


숲밥·푸른밥·풀밥·풀을 먹다·풀밥살이·풀밥살림·풀밥차림·푸른살림·풀빛살림·풀살림·풀살이·풀꽃살림·풀꽃살이 ← 자연식(自然食)


갓·띠·쓰개·씌우다·쓰다 ← 관(冠)


솜·솜꽃·솜풀·핫- ← 목화(木花)


겨레옷·나라옷·마을옷·내림옷·물림옷·우리옷·한겨레옷·배달옷·옛옷·오래옷·오랜옷·살림옷·온옷·한옷·텃옷 ← 한복(韓服)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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