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문과·이과 2025.4.23.물.



온누리 숨붙이는 “다른 겉몸이되 같은 속빛”인 두 갈래 길 가운데 하나로 태어나. 겉몸이 다르기에 그저 다르게 이 삶을 마주하면서 배우지. “하나인 겉몸”이라면 못 배우거나 안 배운단다. 모든 숨붙이는 “배우고 익히고 나누는 사랑”이라는 살림길을 걸으려고 두길 가운데 한길을 고른단다. 얼핏 보면 이쪽과 저쪽이야. 그러나 이쪽을 뒤집으면 저쪽이고, 저쪽을 뒤집으면 이쪽이지. 이쪽이든 저쪽이든 목숨이요 빛이며 사람이란다. 이와 달리 ‘문과·이과’로 쪼개려는 굴레가 있구나. ‘문과·이과’는 ‘순이·돌이’와 같은 두길이 아니야. 숨빛에 흐르는 뜻을 억누를 뿐 아니라, 서로 배우고 함께 익히며 같이 나누는 길을 오히려 끊고 치고 미워하며 가르는 불굿, 곧 싸움박질이란다. 모든 사람한테는 ‘살림손빛’이 다 있어. 모든 사람은 왼손과 오른손으로 함께 짓고, 왼발과 오른발로 함께 오가고, 왼길과 오른길을 함께 맺어. 넌 ‘외손’으로 못 빚고 못 지어. 넌 ‘외발’로 못 드나들고 못 이어. 네가 빚고 짓고 잇고 만나려면 “둘이면서 하나인 빛”을 몸과 마음으로 품고서 풀어내야 하지. 두 눈으로 한 곳을 본단다. 두 귀로 한 소리·말·이야기를 들어. 두 콧구멍으로 한 숨·바람·기운을 마시고 내놓아. 너는 ‘문과 체질’이나 ‘이과 적성’일 수 없어. 너는 늘 ‘문과·이과’를 크고작게 다르더라도 나란히 품는 ‘사람’이란다. 사이에 있으면서 새롭게 지어서 잇는 씨앗을 품은 사람이야. 사이를 맺고 이으면서 이곳에서 살아가는 나날을 서로 노래하며 살림짓는 사람이야. 네가 너를 스스로 가다듬을 노릇이지. 네가 스스로 갈라내야 하지 않아.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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