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27.

숨은책 916


《주 시경 선생의 생애와 학문》

 허웅·박지홍 글

 과학사

 1980.3.30.



  날마다 말을 하고 글을 쓸 수 있는 하루를 누구나 누린다지만, 왜 말을 할 수 있는지 짚거나, 어떻게 글을 쓸 수 있는지 되새기는 사람은 적은 듯싶습니다. 마음을 소리로 옮긴 말을 할 수 있기에 함께 살림을 짓고 사랑을 나누면서 이 삶을 노래합니다. 말은 ‘아이’가 아닌 ‘어른’이 터뜨립니다. 이 별에서 손수 짓는 하루가 놀랍고 아름답고 새롭게 사랑인 줄 알아볼 때마다 하나하나 이름을 붙였기에 ‘말’입니다. 모든 말이란, “손수 사랑으로 빚는 마음에서 깨어나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저마다 보금자리를 이루며 푸른숲살림을 짓는 길하고 등진, 바야흐로 서울(도시)을 세우며 나라(정부)를 닦는 무리는 “손수 짓는 말”을 꺼렸고, 나라무리(정부기관)는 사람들을 옥죄어 ‘누구나 말’을 가두거나 길들이려 했어요. 이러면서 ‘글’이 생겨요. 글은 처음에 ‘굴레’였습니다. 그런데 글을 만든 사람이 굴레로 쓰려 했어도, 사람들은 말눈 못잖게 글눈을 틔웠고, 우리나라에서는 ‘한말(한겨레말)’에 이은 ‘한글(한겨레글)’로 이야기를 펴는 길을 엽니다. 《주 시경 선생의 생애와 학문》은 ‘한글 살림길’을 처음으로 연 주시경이라는 사람이 걸은 길을 짚습니다. 우리 스스로 말글을 가꾸며 이 살림을 북돋우려는 마음이라면 바로 ‘한글과 주시경’을 보고 배워서 익힐 노릇인데, 막상 주시경 살림빛은 까맣게 잊힙니다. 우리는 언제쯤 속눈을 틔우며 말씨앗을 심을 수 있을까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