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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 한자루 달랑 들고 ㅣ 건달농부의 농사 일기 2
장진영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21.
만화책시렁 743
《삽 한 자루 달랑 들고》
장진영
내일을여는책
2000.12.15.
삽 한 자루 쥐고서 땅을 폭폭 파노라면 손바닥부터 발바닥까지 흙바닥 기운이 가볍게 올라옵니다. 호미 한 자루 쥐고서 땅을 콕콕 쪼노라면 손끝부터 발끝까지 풀내음이 부드러이 스며듭니다. 낫 한 자루 잡고서 풀포기를 슥슥 베노라면 마디마디 새록새록 푸른바람이 슬며시 불어옵니다. 《삽 한 자루 달랑 들고》는 앞뒤를 안 재고서 시골살이에 나선 어느 아재가 온몸으로 겪은 하루를 들려줍니다. ‘귀촌·귀농’이 아닌 ‘흙살이·흙살림’을 맨몸으로 부딪히자는 마음 하나로 해바람비를 어떻게 맞이할 적에 스스로 즐거울까 하고 돌아보고 헤아리고 살피고 배우는 나날을 풀어내요. 흙일이라면 터럭만큼도 몰랐기에 처음에는 이이가 하는 말도 저분이 하는 말도 그분이 들려주는 말도 그냥그냥 넙죽넙죽 받아들였다지요. 이렇게도 고꾸라지고 저렇게도 자빠지고 그렇게도 엎어지면서 “참말로 이러다가 우리나라 다 죽겠고마잉” 하고 알아차리는 길이었다지요. 돈이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돈부터 내밀면서 일을 합니다. 몸이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몸소 나서서 일을 합니다. 마음이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으로 가만히 다가가서 일을 합니다. 서울에서건 시골에서건 ‘잘살기’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아이곁에서 하루노래’를 그리면서 살림을 지으려고 하면 넉넉합니다.
ㅍㄹㄴ
‘그래! 삽 뒀다 뭐 해. 삽으로 해보는 거야.’ (26쪽)
“친구라뇨? 아무것도 없는데.” “아무것도 없긴 잘 보라구! 여기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나. 온갖 벌레들, 애채, 곡식, 잡초, 사람까지. 서로 협력하면서 잘 살 수 있게 사람도 함께 돕고 사는 게지. 나도 한때 유기농 농사를 지었었지. 하지만 유기농도 사람의 이익을 위해 땅을 착취하는 건 일반농사나 똑같아. 또 농사로 돈을 벌기 위해선 빚을 내야 하고, 빚지면 또 돈을 벌어 갚아야 하니, 그 얼마나 불행한 일이야.” (61쪽)
“어어, 황사장! 어제 꿈속에서 쌀 백 가마 팔았다며? 아니 그 꿈을 나한테 팔기 전에 떠들고 다니면 어떻해!” (14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