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9.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손택수 글, 창비, 2020.2.20.



이제 들숲메에 들딸기 멧딸기가 하얗게 꽃을 피운다. 우리집 모과나무도 꽃망울이 줄줄이 맺는다. 모과꽃물을 낼 꽃송이를 실컷 훑는다. 작은아이가 지난겨울에 뿌린 상추씨는 이제 조물조물 올라온다. 벌써 손바닥만 하게 자란 상추가 있고, 손톱보다 조금 크게 올라오는 상추가 있다. 오늘도 쑥을 뜯어서 국을 끓인다. 《붉은빛이 여전합니까》를 가만히 읽어 보았다. 요사이는 젊거나 늙거나 어리거나 이렇게 글을 꾸미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얼핏 ‘삶’을 적은 듯한 글이지만, ‘서울에서 가난 걱정이 없이 느긋하게 아파트와 자가용을 거느린 제법 높은자리’라는 쳇바퀴를 ‘문학’으로 씌웠구나 하고 느낀다. 여러모로 보면, 우두머리라는 자리도 삶이고, 시골 논밭지기라는 자리도 삶이고, 아기라는 자리도 삶이고, 작가회의 대표나 간사나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도 삶이고, 시외버스 운전기사라는 자리도 삶이다. 어느 자리에서나 삶이되, ‘내 자리’만 볼 노릇이 아니다. 뭇숲에 뭇나무와 뭇풀과 뭇새와 뭇짐승과 뭇벌레가 있듯, ‘내가 아닌 남이 있는 자리’를 고르게 바라보고서 받아들일 수 있으 때에 비로소 붓을 쥐어야지 싶다. ‘등단’을 안 한 사람과, ‘작가회의’에 몸을 안 담은 사람들 ‘삶노래’를 듣고 싶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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