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16.
숨은책 1042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어요》
민초희 글월
김창완·이장수 글
길석 사진
야정문화사
1990.12.20.첫/1991.12.20.5벌
‘13평’이라지만 아무래도 10평이 안 되었지 싶은 집에서 어린날을 보냈습니다. 언니하고 한 칸을 함께 쓰는데, 언니는 늘 소리(라디오)를 들었어요. 저는 소리를 들을 마음이 없어도 언니가 듣는 소리를 내내 들어야 했습니다. 언니가 듣는 소리에 어느 날 ‘민초희’ 이야기가 나왔고, 오래 살지 못 하고서 너머길로 갔다는 이야기가 흘렀습니다. 이윽고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어요》라는 책이 나왔으며, 언니 심부름으로 이 책을 사왔습니다. 언니는 푸른배움터를 마치고서 울산으로 일하러 떠났고, 1992년에는 이 책을 바탕으로 보임꽃(영화)이 나오기도 합니다. 몸이 아프던 민초희 님은 다른 또래처럼 배움터를 다니면서 스무 살을 맞이하는 꿈을 그렸다면, 그냥그냥 배움터를 다니던 저나 또래는 “이놈 학교에서 날마다 두들겨맞다가 스무 살을 못 보고서 골로 가지 않나?” 하고 여겼습니다. 더욱이 사내들은 큰배움터에 못 붙으면 곧장 싸움터(군대)로 끌려갑니다. 2025년이 아닌 1994년 싸움터는 그저 주먹질과 발길질로 애꿎은 젊은이가 죽어나가던 데였습니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끝없이 얻어맞는 굴레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는지 까마득했기에 ‘스물’은 너무 멀어 보였습니다. 오늘 이 나라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스물은 어떤 나이일까요? 새롭게 피어나는 꿈을 사랑으로 그릴 만한 첫자락일 수 있을까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내 책이 아닌 언니 심부름으로 산 책이라
나한테는 이 책이 없기에
헌책집을 다니던 어느 날
문득 만나서
나도 우리 책숲에 건사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