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16.

숨은책 1040


《人間文化財》

 예용해 글

 어문각

 1963.9.25.첫/1969.3.1.재판



  이제는 조금쯤 “사람이 꽃이다” 같은 말을 곱씹는 분이 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사람이 돈이다” 같은 굴레에서 맴돕니다. 지난날 임금과 벼슬아치는 “사람이 종이다”처럼 굴었습니다. ‘백성(百姓)’과 ‘국민(國民)’이라는 한자 이름에는, 사람을 사람이 아닌 종(노예)으로 부리려는 노림길이 짙게 도사립니다. 이처럼 나라가 ‘나라사람’을 사람으로 안 여기면서 한창 휘어잡던 때에 예용해 님은 ‘인간문화재(人間文化財)’라는 이름을 짓고서 〈한국일보〉에 이 이야기를 꾸준히 실었고, 1963년에 《人間文化財》라는 두툼하고 묵직한 꾸러미를 선보입니다. 나라에서 팽개치고 마을에서 따돌리던 일꾼을 눈여겨본 첫걸음이에요. 다만, ‘人間文化財’는 일본에서 쓰는 ‘人間國寶’라는 이름을 살짝 따온 말입니다. 우리말로 이름을 붙이면 낮잡던 물결 그대로 ‘사람꽃·사람빛’ 같은 이름을 못 쓰면서 ‘人間 + 文化財’라는 틀에서 맴돌았습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고 마주하는 마음을 세울 적에 살림길을 살찌우고 북돋우는 사랑을 펼 만합니다. 사람꽃이란 살림꽃이면서 사랑꽃입니다. 사람빛이란 살림빛이면서 사랑빛입니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꽃이요 빛이듯, 우리 곁에서 돌보고 품고 헤아릴 말씨 하나를 그립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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