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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일기 1 ㅣ 탈코일기 1
작가1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2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9.
만화책시렁 740
《탈코일기 1》
작가 1
북로그컴퍼니
2019.2.26.
《탈코일기》를 읽었다. 그린이는 후련할까? 후련하다고 여길 만큼 이 나라가 비뚤고 뒤틀렸다는 뜻일 텐데, 사내를 모조리 후려치고 휘두르고 찔러죽이고 때려죽이면 될까?
《탈코일기》를 읽으면, ‘놈(사내)’이 싫다면서 ‘놈’하고 똑같은 머리카락에 옷에 몸매로 가려고 한다. “놈이 누리는 힘맛”을 보면서 “놈이 여태 뭇사람을 후리고 괴롭혔듯, 똑같이 놈을 후리고 괴롭히면, 이 나라가 아름답게 바로잡히거나 일어설” 수 있다고 여기는구나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쌈박질에 밉질에 앙갚음으로 가득하다.
죽음을 앞두고 드러누워서 말도 못 하고 눈도 못 뜨는 늙은 아버지 얼굴에 침을 퉤 뱉는 일이 ‘기뻐서 비웃음이 나올’ 만한 일인가? 길거리에 담배를 꼬나물고 길바닥에 침을 퉤퉤 갈기는 얼뜬 젊은사내한테야말로 침을 뱉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 힘이 없는 늙은네한테 침을 갈긴들 무엇이 바뀌는가? 오히려 더 밉질(혐오)이 불거질 뿐이다. 길거리에서 거친말을 일삼으면서 삥을 뜯는 얼뜬 사내들한테 침을 갈기면서 ‘갚아’ 줄 노릇이다.
안 쉬울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침을 뱉지 말자. 드러누운 늙은이한테든, 길거리에서 바보짓을 일삼는 젊은사내와 술에 전 아재들한테 거친말을 해준들, 그들은 한 마디도 안 듣는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나 바보인 줄 그자리에서 바로바로 말해 주어야 한다.
이름은 ‘탈코르셋’이지만, 정작 속내는 ‘가부장권력마초라는 탈을 쓰기’인 《탈코일기》라고 느낀다. ‘마초’처럼 머리카락을 짧게 치고서 주먹질(복싱)을 배우고, 힘없는 늙은네한테 침을 뱉는 짓이란, 그냥 ‘마초’일 뿐, 터럭만큼도 ‘페미니즘’일 수 없다. 더욱이 가만히 있는 사내한테 칼을 휘두르고 마구마구 쑤셔대어 피범벅으로 죽이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여성해방’이나 ‘성평등’일 수도 없다. 그저 쌈박질이다. 그저 불길(분노·혐오)일 뿐이다.
온누리 모든 얼뜨기와 바보를 칼로 찔러서 죽이고, 주먹으로 두들겨패서 죽이면 무엇이 남을까? 얼뜨기가 아닌 사내는, 바보가 아닌 사내는, ‘쌈박질 가시내’나 ‘주먹질 가시내’나 ‘침뱉는 가시내’하고 살림을 지으면서 살아가고 싶을까?
가시내 눈으로 보아도 ‘쌈박질 사내’나 ‘주먹질 사내’나 ‘침뱉는 사내’하고 같이 살아가고플 수 없다. 사내 눈으로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어린이와 푸름이 눈으로 보면 더더욱 똑같이 바보스럽고 얼뜬 굴레일 뿐이다.
ㅍㄹㄴ
‘솔직히 불편하다. 내가 어떻게 벗은 코르셋인데. 내가 어떻게 유지하는 탈코르셋인데, 내가 이걸 어떤 심정으로 벗었는데, 어떤 마음으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화장품을 부쉈는데, 내가 왜 탈코를 …….” (57쪽)
“여기가 A 정거장 맞아?” “네, 맞아요(아님).” (71쪽)
“욕 먹어도 괜찮아요. 한귀로 흘리세요. 그 사람보다 우월하고 완벽한 나에 취해서 천대하듯 지적하는 거 아니잖아요. 적어도 그 사람보다는 뭔가를 더 깨달았고, 그 깨달음이 충분히 담론의 가치가 있다 생각해서 말을 꺼낸 거잖아요. 그냥 차단당하면 속상한 게 당연하죠.”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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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일기 1》(작가 1, 북로그컴퍼니, 2019)
우선 탈코르셋을 했지만 그걸 커밍아웃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서로 독려하기 위해 창작된 만화입니다
→ 먼저 사슬을 벗었지만 이를 밝히기 힘든 사람들을 다독이고 서로 북돋우려고 그렸습니다
→ 무엇보다 굴레를 벗었지만 이를 보이기 힘든 사람들을 달래고 서로 힘내려고 그렸습니다
4쪽
지금 누워 있는 이 남자는 나의 부친이다
→ 여기 누운 이 사내는 우리 아버지이다
102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