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4.8.

오늘말. 몬


빈틈을 건드리면 아플 수 있지만, 빈곳을 다독이며 채울 수 있습니다. 모든 자리를 꾹꾹 눌러서 채워도 되는데, 느긋이 틈바구니를 놓을 만해요. 가득하기에 넉넉하다고 여길 때가 있다면, 이웃하고 두런두런 살림돈을 나누는 길이 나긋하다고 여기는 마음이 있습니다. 돌고돌기에 돈이에요. 혼자 움켜쥐면 고이고 여럿이 도르면 밑천으로 머금어요. 일을 하는 바탕을 생각해 봅니다. 더 벌거나 길미를 얻고 싶을 수 있지만, 이 삶을 사랑하는 갈피부터 챙기고 싶습니다. 우리 사이에 이야기가 흐르는 나날을 즐기고, 숨돌릴 겨를을 둡니다. 작은새가 들려주는 노래에 귀기울이고, 큰새가 펄럭이는 날갯짓을 지켜봅니다. 모든 밑절미는 숲에서 피어나요. ‘모두’이면서 ‘몸’이기에 ‘몬’일 테고, 어느 모습이든 따사로이 받아들입니다. 짬이 나지 않으면 한동안 바쁘게 지내지요. 크고작은 곳을 둘러볼 틈새가 없으면 또다시 바쁘게 보내고요. 귀퉁이도 구석도 마음을 씁니다. 기스락도 허리춤도 눈여겨봅니다. 밑동은 밑꽃으로 돋아나는 밑빛입니다. 앞도 뒤도 위도 밑도 고루 짚으면서 우리 꿈씨를 깃새에 심는 길로 나아갑니다.


ㅍㄹㄴ


비다·빈곳·빈데·빈꽃·빈눈·빈틈·사이·사잇자리·새·샅·자리·짬·짬나다·춤·허리춤·틈·틈새·틈바구니·틈자리·틈새자리·토막틈·각단·갈피·것·거시기·겨를·결·곳·구석·귀퉁이·기슭·기스락·깃·깃새·길·길눈·께·꼬투리·데·꽃필틈·꽃필짬·꿈·남다·남은길·남은곳·돈·몬·바탕·일·일살림·일감·일거리·살림·살림눈·살림돈·삶돈·머금다·있다·생각·앞뒤·크고작다·밑·밑동·밑빛·밑돈·밑바탕·밑절미·밑꽃·밑짜임·밑틀·밑판·밑천·밑힘 ← 여지(餘地)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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