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4.7. 한꽃같이
오늘도 글월을 부치러 시골버스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나온다. 시골버스에서 노래 한 자락 쓴다. 버스에서 내려 나래터까지 걷는 길에 노래 한 자락 더 쓴다. 이러고도 틈이 나서 《월간 토마토》를 읽고, 《월간 토마토》에 실린 글도 가만히 돌아본다.
걸으며 책읽기를 해도 읍내 어린씨랑 푸른씨가 쳐다보는데, 걸으면서 글을 쓰니 읍내 어린씨랑 푸른씨가 조잘조잘 떠들고 놀다가도 멈추고서 쳐다본다. 그래, 너희도 걸으면서 쓰고 읽을 수 있단다.
봄제비 노랫가락을 듣는다. 바람소리를 읽는다. 여름볕에 가까워가는 봄볕에 이슬땀이 흐른다. 등허리가 젖고 발바닥이 촉촉하다.
모든 바람은 우리한테서 비롯하여 우리한테 돌아온다고 느낀다. 우리가 일으키는 바람을 우리가 스스로 쐰다. 봄바람도 불바람도 살랑바람도 꽃바람도 들바람도 구름바람도 비바람도 돌개바람도 다 우리 마읖빛이 드러난 모습과 빛이다.
이제 다시 시골버스를 탄다. 지난 열다섯 해 내내 줄을 안 서던 할매할배인데 오늘은 어쩐지 내 앞으로 슥 끼어들지 않네. 다들 내 뒤에 서서 줄을 서시네. 내 뒤에서 줄서는 마을 할매할배 오늘 처음으로 본다. 빙그레 웃는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