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7.

숨은책 1036


《바보 만들기》

 존 테일러 개토 글

 김기협 옮김

 푸른나무

 1994.10.30.



  푸른배움터를 마치고서 날마다 불수레(지옥철)로 서울과 인천을 오가던 해에 태어난 《바보 만들기》인데, 판이 끊긴 2000년에 이르러 비로소 알아보았습니다. 이런 책이 진작에 나온 줄 몰라본 눈썰미를 탓하다가, 이런 책을 알리지 못 하는 글바치는 ‘평론가·서평가’일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사라진 책이 헌책집에서 보일 적마다 찾아내어 이웃한테 드리고 느낌글도 꽤 길게 썼어요. 이러던 2005년 4월에 ‘민들레사랑방’ 지기님이 《바보 만들기》를 새로 내놓으려고 한다면서, 저더러 느낌글을 새로 써 달라고 말씀합니다. 그래서 예전 글보다 더더 긴 느낌글을 새로 썼습니다. 존 테일러 개토 님 책은 몇 자락 더 한글판으로 나오지만 그리 못 읽힙니다. 배움터는 ‘졸업장학교’일 수만 없지만, ‘마을배움터’나 ‘숲배움터’로 눈길을 틔우지 않는다면, 《바보 만들기》를 느긋이 읽어내기 어렵습니다. ‘민들레’에서는 《교실의 고백》하고 《학교의 배신》까지 내놓아 주었습니다.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2005년 4월 5일에 새로 느낌글을 쓰기 앞서, 책끝에 몇 마디 끄적여 놓았습니다. 2025년에 되읽으면서, 오늘 나는 어떻게 숲길을 걷는지 되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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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믿고 평생 일해야지 생각했던 출판사에 들어가 12달을 조금 못 채우고 그만두었습니다. 사람마다 뜻과 생각이 다르기도 하지만, 이 다름을 너그러움으로 껴안는 일을 나도 그쪽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좀 남달리 개성이나 자기 목소리가 세다고 하는데요, 사람 가운데는 자기 기운이 센 사람도 있고 여린 사람도 있겠죠? 그런 기운이 세고 여리고가 얼마나 대수일까요? 정작 대수인 일은 얼마나 아름답고 알맞고 옳고 곧으냐에 있다고 봅니다. 눈에만 보기 좋게 꾸민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기를 사랑하고 아끼는 아름다움, 똑 부러지면서 흔들림과 치우침도 없지만 바르게 가야 할 길을 가는 알맞음, 개인이건 사회이건 어떤 이익이나 셈속을 따지지 않고 골고루 나누면서 누구라도 어깨동무하면서 세상을 밝히는 옳음, 말해야 할 때 말하고 힘·이름·돈에 굽히지 않으며 가난하고 힘없고 낮은 이를 사랑할 수 있는 곧음을 지켜야 참사람이고, 무슨 일을 해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한 사람으로 살자면, 모두 다른 사람을 판박이처럼 틀에 박히게 짜맞추는 제도권 교육·사회·일터·문화·조직·운동·정치·경제·예술 모두 걷어치워야 해요. 다 다른 아름다움을 살가이 받아들여 나누고 즐길, 새로우면서 가장 손쉽고 따사로운 배움과 가르침, 일과 놀이가 자기 삶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 함께살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2005.4.5.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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