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4.4.
오늘말. 용쓰다
왜 쇳덩이를 몰지 않느냐고 핀잔하는 이웃님을 곧잘 만납니다. 빙그르 웃으면서 “전 힘들게 살지 않아요. 쇳덩이를 몰려고 손잡이를 쥐면 책을 못 쥐는걸요? 게다가 붓을 못 쥐니 노래를 못 쓰고 글도 못 써요.” 하고 여쭙니다. 왜 어렵게 사느냐고 나무라는 이웃님을 자주 만납니다. 방글방글 웃으면서 “전 용쓰며 살지 않아요. 말글을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말글이 마음을 담는 줄 알기에, 이 삶을 그리는 말글에 흐르는 사랑을 고스란히 살펴서 나눌 뿐입니다.” 하고 얘기합니다. 어느 갈래에서 일머리를 잡듯 말글이 바탕입니다. 몸을 쓰는 일이어도 말로 가르치거나 물려주고, 글을 남겨서 두고두고 이을 수 있습니다. 눈치를 보느라 붓이 휜다면 길눈을 잃고 길꽃을 잊어요. 자리는 지키고 돈을 쉽게 얻는 둘레에 깃들 수 있을지라도, 마음이라는 시렁에 꿈씨앗을 놓는 하루하고 매우 멀지요. 이를 악물고서 글을 쥐어짤 까닭이 없습니다. 아이곁에서 집안일을 하는 틈틈이 기쁘게 글을 적으면 느긋합니다. 마지막까지 힘써서 겨우 책을 내야 하지 않습니다. 살랑살랑 철바람을 헤아리는 밭자락에서 멧새노래를 함께 부르며 일손을 여밉니다.
ㅍㄹㄴ
갈래·가르다·가름·갈라내다·곳·고리·곬·길·길눈·길꽃·데·자리·자위·께·녘·대목·둘레·언저리·즈음·쯤·마을·밭·쪽·판·나누다·나눔·얼개·얼거리·틀·틀거리·일집·일채·일터·일터전·시렁·실·칸·터·터전·테·테두리 ← 분야(分野)
어쩔 길 없다·어렵사리·어렵게·힘들게·억지·어거지·용·용쓰다·악·악쓰다·악물다·겨우·가까스로·꼼수·쥐어짜다·짜다·짜내다·마지막·마지막힘·끝·끝힘 ← 고육지책(苦肉之策)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