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의 봄 3 - 완결
Takeru ATSUMI 지음, 오경화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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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3.

작은들꽃에 봄


《작은 나의 봄 3》

 아츠미 타케루

 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2.28.



  이야기를 하면 풀 수 있는 일입니다. 아니, 이야기를 하기에 푸는 일입니다. ‘이야기’란 “잇는 길”을 나타내고, “서로 말을 섞으며 잇는 길”을 뜻하는 낱말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란 “혼자 하는 말”이 아닌, “서로 주거니받거니 하는 말”입니다. 말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기에 비로소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숱한 곳에서 ‘이야기’를 안 하고 그저 ‘혼잣말’로 시키거나 맴돈다고 느낍니다. “잘못하는 아무개가 말썽”이라면, “잘못하는 아무개”하고 마주앉아서 이야기를 할 노릇입니다. 어느 대목이 잘못인지 눈앞에서 짚으면서 차근차근 들려줄 노릇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쩐지 “잘못하는 아무개”를 노려보거나 말없이 지나치기만 합니다. 말을 섞지 않고서 서로서로 미워하기만 끝없이 한다고 느낍니다.


  이를테면, 웃사내질을 하는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하고 거친말을 내뱉는 이를 보면 섬찟하구나 싶지만, 그래도 이들한테 다가가서 “젊은분, 이곳에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여기는 공공장소입니다.” 하고 부드럽게 말을 하면, 요새는 100이면 99은 그들(웃사내질 무리) 스스로 창피하거나 부끄럽다고 여기면서 얼른 자리를 털고 나가거나 바꾸더군요. 다만 1쯤은 낄낄거리면서 무리지어서 장난질을 잇고요.


  《작은 나의 봄》은 석걸음으로 맺습니다. 조금 더 이야기를 펼 만한데 여러모로 아쉽지만, 석걸음까지 낸 그림꽃을 고맙게 여깁니다. 크게 보면 두 아이가 서로 다르지만 하나인 마음을 가꾸어 가는 길을 줄거리로 삼습니다. 두 아이는 ‘여자배구’와 ‘남자배구’를 하는데, 한 아이는 ‘여자배구 으뜸꽃(주공격수)’이고, 다른 아이는 ‘남자배구 숨은꽃(리베로)’입니다. 키도 덩치도 힘도 바탕도 빼어난 으뜸꽃 옆에 키도 덩치도 힘도 바탕도 후줄근한 숨은꽃이 서면 그야말로 ‘엄마와 아들’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숨은꽃인 아이는 스스로 어느 대목이 모자란지 자꾸자꾸 돌아보면서 담금질을 합니다. 으뜸꽃은 그냥 타고난 몸이기 때문에 으뜸꽃이 아닌 줄, 으뜸꽃으로 피기 앞서 오래오래 담금질을 했을 뿐 아니라, 으뜸꽃으로 서고도 늘 새로 배우고 담금질을 하는 줄 깨닫습니다.


  싸우려는 마음이 가득한 채, 미워하는 마음을 품은 채, 웃사내질을 하는 이한테 다가가면, 마땅히 싸움만 일어나고 불꽃튀는 말다툼으로 번집니다. 이와 달리, 풀려는 마음으로, 웃사내질 사람들도 살림빛을 배우기를 바라면서 다가갈 적에는, 비록 100 가운데 1는 귓등으로도 안 듣지만 99은 듣더군요. 그들이나 저들은 안 바뀐다고 여기지 말고서, 그들과 저들이 여태 못 들은 말을 사근사근 들려주면서 ‘이야기’를 하자는 마음일 적에, 아주 천천히 하나씩 바꿀 수 있다고 느낍니다.


  담금질도 이와 매한가지입니다. 하루아침에 이루는 담금질이란 없습니다. 부엌일을 하자면 날마다 칼을 갈아야 하는데, 하루만 칼을 잘 갈면 끝이지 않아요.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갈아야, 칼을 쓸 적마다 척척 잘 듭니다. 글을 마음껏 쓰고 싶다면 ‘글로 담을 말’을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익히고 돌아볼 노릇입니다. 글치레나 글손질에만 마음을 쏟지 말고, 먼저 ‘말’이 무엇인지 되새기면서 말밑과 말결과 말씨와 말빛을 하나씩 찾아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오래오래 담금질을 하는 사이에 시나브로 스스로 빛납니다.


  작은들꽃에 봄입니다. 작은들꽃은 처음부터 봄이지 않습니다. 긴긴 겨우내 꿈을 그리는 마음으로 땀흘렸기에 바야흐로 봄입니다. 마음을 그린다면, 슬픔도 기쁨도 늘 그대로 담아내면서, 빗물처럼 녹이고 바람처럼 털어내게 마련입니다. 붓끝으로든 손끝으로든 늘 빗물과 바람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마음에 사랑씨앗을 담고, 마음에 살림씨앗을 얹고, 마음에 생각씨앗을 묻고, 마음에 노래씨앗을 놓으면서, 누구나 오늘 하루를 새파란 하늘빛으로 누립니다.


ㅍㄹㄴ


“확실히 세이에이는 강하고, 우린 약점투성이인 엉터리 팀일지도 몰라. 하지만 꼭 보여주자. 엉터리라도 ……” (46쪽)


“그야 모르는 사람이 그런 소릴 하면 따라가야겠다는 생각도 안 들겠지만, 우릴 위해 데이터도 정리하고, 남몰래 도구도 정리하고, 이것저것 애쓰는 모습을 봐왔으니까.” (61쪽)


‘중요하게 여겨주고 있구나.’ (136쪽)


“단지 리시브만 하는 포지션이 아니란다. 전황을 잘 지켜보고, 팀에 적확한 지시를 내리는 것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야.” (187쪽)


#小さい僕の春 #渥美駿


《작은 나의 봄 3》(아츠미 타케루/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하고 지적하는 데에 도사야

→ 저쪽 빈틈을 찾아내고 다그치기를 잘해

→ 그쪽 구멍을 찾아서 들추기를 잘해

19쪽


하지만 육박하는 것만으론 이길 수 없어

→ 그렇지만 비슷해서는 이길 수 없어

→ 그러나 가깝기만 해선 이길 수 없어

→ 그런데 따라만 가면 이길 수 없어

41쪽


트레이닝으로 삼기엔 부하가 좀 모자란데?

→ 몸을 닦기엔 무게가 좀 모자란데?

→ 몸을 벼리기엔 짐이 좀 모자란데?

113쪽


이카이가 취약한 블로킹에 집중포화!

→ 이카이가 못하는 가로막기에 몰매!

→ 이카이가 엉성한 가로막기에 몰빵!

145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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