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멸동물 이야기 1 -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진 이들에게 바치는 레퀴엠
우스쿠라 후미 지음,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감수 / 재담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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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3.

잊어버린 마음


《절멸 동물 이야기 1》

 우스쿠라 후미

 김진아 옮김

 재담

 2024.10.22.



  우리는 모두 다 다른 하늘빛(하느님)인 줄 잊어버리기에 그만 쉽게 불타는 마음으로 젖어든다고 느낍니다. 네가 잘못했든 내가 잘못했든 그저 ‘잘못’이로구나 하고 느끼면서 가다듬어서 풀어내면 그만입니다. 이 잘못 하나를 언제까지나 붙잡고 늘어져서 끝없이 따지면 언제나 싸움박질일 뿐입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치지 않기에 자꾸자꾸 탓할 수 있습니다. 끝없이 잘못을 되풀이하면서도 스스로 ‘잘한다’고 여기는 얼뜨기나 멍청이를 우리 삶터 곳곳에서 마주한다고도 합니다. 그렇지만 옛말에 있듯 “미운놈 떡 하나 더 준다”를 문득 펼친다면, 어느새 바뀌게 마련입니다.


  미운놈한테 어떻게 떡 하나를 더 주느냐고 따지기 앞서 생각해 봐요. 우리 스스로 잘못을 저질렀을 적에 우리를 달래거나 다독이면서 부드러이 이끈 여러 이웃과 어른과 아이들을 헤아리면 됩니다. 우리 스스로 배워야 하기에, 우리도 잘못을 저지르고, 또 저지릅니다. 그들이나 저들도 배워야 하기에 자꾸자꾸 잘못을 저지르면서 “미운놈이 더 받을 떡 하나”를 바라는구나 하고도 느낍니다.


  그러니까 “미운놈한테 줄 사랑스러운 떡 여럿”을 어떻게 챙겨야 어울리면서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 모두 풀어낼 어른스러운 새길을 찾아낸다고 느낍니다. 생각을 하기에 찾아내고, 생각을 멈추거나 등돌리기에 새길을 못 찾는다고 느낍니다.


  《절멸 동물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두걸음으로 굵짧게 매듭짓는 얼거리입니다. 일본사람이 여민 그림꽃이기에 ‘조선범’도 다루려나 싶었으나 끝내 나오지는 않습니다. 일본사람 스스로 ‘일본늑대’를 모조리 죽이고 만 짓은 다루는데, 일본사람은 ‘조선범’뿐 아니라 ‘조선늑대’도 ‘조선여우’도 씨를 말렸습니다.


  그런데 일본사람만 이 나라를 윽박지르고 가두면서 뭇짐승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조선사람도 돈과 이름과 힘을 거머쥐려고 심부름질을 숱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멀쩡한 ‘조선곰’을 어마어마하게 죽였고, ‘조선수달’도 거의 사라질 뻔하다가 용케 살아남았습니다. 요즈음은 ‘고라니’가 사라질 판인데, 푸른별에서 거의 우리나라에만 살아남은 가녀린 고라니를 밉짐승으로 여기는 얼거리입니다. 고라니가 느긋이 지낼 들숲메를 모조리 사람이 차지하려고 들면서 멧밭으로 내려와서 먹이를 찾을 뿐이거든요.


  누구한테나 마음이 있으나, 바로 이 마음을 잊어버리기에 뭇짐승을 마구 죽입니다. 서울이며 큰고장에 ‘비둘기’가 아닌 ‘닭둘기’가 있다고 놀리거나 손가락질하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만, 비둘기는 워낙 예부터 마을 둘레에서 함께살았습니다. 서울이 지나치게 크고부터, 마을에 빈터와 숲정이를 몽땅 없애면서부터, 비둘기도 참새도 까마귀도 길과 집과 숲을 잃고서 어지러울 뿐입니다.


  온갖 일자리와 돈벌이를 서울에 빼곡하게 몰아놓으니, 서울은 집값이 하늘로 솟고, 어느새 다른 고장도 집값이 오릅니다. 더구나 서울 아닌 모든 곳은 일자리와 돈벌이가 줄어드는데, 요사이는 ‘지방소멸기금·저출산예산’이라는 이름으로 돈만 곳곳에 뿌리더군요. 사람들이 서울과 큰고장에 몰릴 까닭이 없다면 서울과 큰고장에 잿더미(아파트단지)를 세울 까닭이 없습니다. 잿더미를 안 세운다면 작은마을로 오순도순하면서 일거리를 스스로 마련합니다. 이때에는 작은마을에 작은숲이 나란히 깃들 테니 뭇새와 뭇숨결이 저절로 어울립니다.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함께살는지 헤아릴 적에 비로소 마음을 되찾습니다. 사람과 숲들메가 어떻게 어울릴는지 생각할 적에 비로소 사랑을 깨닫습니다. 어깨동무라는 마음을 잊기에 사람빛을 잃으면서 마구잡이로 널뛰거나 날뜁니다. 이제는 길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앞으로 이 별에서 ‘사라질 목숨’은 바로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요.


ㅍㄹㄴ


“죽음은 두 번 찾아온다고. 첫 번째는, 생명이 다했을 때. 두 번째는, 모두의 기억에서 잊혔을 때.” (44쪽)


“인디언은 들소 고기를 먹고 그 모피로 옷과 텐트, 뼈로 도구와 무기를 만들잖나. 생활 대부분을 들소에 의존하고 있지. 들소 한 마리를 죽이면 인디언 한 마리가 죽게 될 거다.” (55쪽)


“수가 줄어든다는 걸 알면서도 보호하지도 않고 박제만 원한 거지?” “박물관의 기본은 박제의 수집과 분류니까.” “박물관을 위해서? 정말로? 다 사라지면 박제도 할 수 없는데?” “그래, 그렇긴 하지.” (81쪽)


그곳에서 전시용 박제로 만들어져 현재도 그 모습을 후세에 전하고 있다. 새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그 수가 가장 많았다고 하는 나그네비둘기. (129쪽)


“경고하고 사살한 거 맞죠?” “그렇게 하면 우리가 먼저 당합니다. 밀렵꾼에게 대체 우리 동료가 몇 명이나 죽었는지 아시오?” (147쪽)


“팥밥 좀 지어 줘.” “팥밥이요?” “오는 길에 늑대가 집까지 배웅해 주셨거든.” “아아, 오쿠리오카미 말인가요? 알겠어요.” (154쪽)


#絶滅動物物語 #地上より永久に消え去った者へのレクイエム 

#うすくらふみ


《절멸 동물 이야기 1》(우스쿠라 후미/김진아 옮김, 재담, 2024)


절멸된 동물은 700종에 이른다

→ 사라진 짐승은 700에 이른다

→ 씨마른 짐승은 700에 이른다

4쪽


이런 한랭수역에 있다니 참 특이하군

→ 이런 찬무대에 있다니 참 놀랍군

7쪽


로프에 몸을 실어서 작살을 빼려고 하는 건가

→ 줄에 몸을 실어서 작살을 빼려고 하는가

16쪽


스텔러 일행은 무인도를 탈출하게 되었다

→ 스텔러네는 외딴섬을 벗어났다

→ 스텔러 사람들은 빈섬을 떠났다

17쪽


동료가 작살을 맞아도 도망가기는커녕 너희는 구하러 오니까 어부들이 일망타진하기도 쉽지

→ 동무가 작살을 맞아도 달아나기는커녕 너희는 살리러 오니까 고기잡이가 싹쓸기도 쉽지

22쪽


이건 내가 만들어낸 게 아니야

→ 난 이렇게 하지 않았어

→ 내가 이렇게 짓지 않았어

29쪽


누군가가 얼른 일부를 잘라낸 거야

→ 누가 얼른 도막을 잘라냈어

→ 누가 얼른 몇 곳을 잘라냈어

33쪽


그 한 쌍이 포란하고 있던 알은

→ 이 한 짝이 품던 알은

85쪽


분명 부활했었네

→ 참말 살아났었네

103쪽


이 새의 특징은 아주 큰 무리를 만든다는 점이다

→ 이 새는 아주 크게 무리를 짓는다

→ 이 새가 아주 크게 짓는 무리가 눈에 띈다

109쪽


가능한 빨리 다음 총알을 장전하는 거

→ 되도록 빨리 다음 불알을 넣기

→ 그저 빨리 다음 불을 재우기

116쪽


국립공원 관리자인 파크 레인저가 무장하고 순찰한다

→ 나라숲지킴이가 총칼을 갖추고서 돈다

→ 푸른숲돌봄이가 총칼을 챙기고서 살핀다

147쪽


농경의 수호신에서 위험한 맹수가 된 일본늑대는 해수가 되어 사냥당하는 신세가 됐다

→ 논밭지킴이에서 사납빼기로 바뀐 일본늑대는 밉짐승이기에 사냥감이었다

→ 들살림 돌봄이에서 나쁜짐승이 된 일본늑대는 사냥거리였다

16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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