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3.13. 맨발 고무신



  오늘부터 읍내나 밖에 나갈 적에 맨발 고무신이다. 봄볕이 발등으로 톡톡 닿는다. 버스나루에서 기다리며 발가락을 슬슬 내놓는다. 발가락도 햇볕이 반갑다.


  올해로 고흥살이 열다섯 해인데, 시골버스에서 책읽는 사람은 우리집 큰아이 하나이다. 손잡이(운전대)를 쥐면 서울에서나 시골에서나 책도 글도 멀리할밖에 없다.


  스스로 느긋하려면 걷고 쉬고 해보고 걷고 쉬고 바람보고 걷고 쉬고 읽다가 써야지 싶다. 뚜벅이로 살아가는 이읏님은 오늘 나처럼 맨손에 맨발일 테지.


  졸업장도 면허증도 자격증도 다 멀리하는, 이러면서 책종이와 글종이를 품는 어른이 한 사람 늘면, 온누리는 한 걸음만큼 피어나리라 본다. 책을 읽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100만이나 1000만이 늘기보다는, 아름책을 곁에 두는 숲빛사람이 하루에 한 사람씩 늘어나기를 빈다. 하루에 한 사람이 적을까? 아니다. 한 해만 해도 365사람이요, 열 해이면 3650사람이다. 천천히 가면 차분히 철이 들면서 빛난다. 서둘러 늘리려 하면 얹히면서 언짢은 말썽거리가 불거진다.


  오늘은 여태껏 한참 걸으며 읽었으니, 이제는 붓을 쥘 때이다. 붓을 한참 쥐고 나서는 도마와 부엌칼을 쥘 테고, 이다음에는 다른 집살림을 건사해야지. 나는 이제 호미도 잘 안 쓴다. 그냥 맨손으로 다 한다. 가끔 낫을 쥘 뿐이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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