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델과 어니스트 북극곰 그래픽노블 시리즈 7
레이먼드 브리그스 지음, 장미란 옮김 / 북극곰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20.

만화책시렁 722


《에델과 어니스트》

 레이먼드 브릭스

 장미란 옮김

 북극곰

 2022.3.30.



  우리 엄마아빠는 어떤 어린날을 보냈을까 궁금해서 물어보면 거의 암말을 안 했습니다. 또 묻고 자꾸 묻고 다시 물어도 거의 고개를 저을 뿐이더군요. 이러다가 이제는 아예 안 묻지만, 다른 어느 이야기보다 ‘어버이’란 이름으로 살림을 하기 앞서 어떤 ‘아이’로서 하루를 누렸는지 들려주는 이야기가 바로 사랑씨앗이라고 느낍니다. 어린날에 즐겁게 뛰놀았을 수 있고, 어린날에 죽어라 일만 했을 수 있습니다. 어린날에 가시내라서 배움터에 얼씬조차 못 했을 수 있고, 어린날부터 돈을 벌어서 집안을 먹여살려야 했을 수 있어요. 이 모든 발걸음은 자취(역사)요 이야기(문학)입니다. 《에델과 어니스트》는 그림님 어버이가 보낸 젊은날 모습을 풀어냅니다. 두 분이 어떻게 만나서 어떻게 한집을 이루고서 어떻게 아이를 낳으며 늘그막에 이르다가, 바야흐로 몸을 내려놓고서 흙으로 돌아갔는지 옮기는 얼거리입니다. 여러모로 보면, 그림님은 푸른날부터 어버이 곁에 거의 없다가, 젊은날에는 어버이 곁을 떠났고, 띄엄띄엄 만났구나 싶어요. 가까이에서 살든 먼발치에 있든, 늘 마음으로 마주했다면 사뭇 다르게 그렸을 텐데 싶습니다. 그림님 스스로 “나이를 먹은 자리”에 서면서 비로소 두 분 이야기를 옮기는데, 너무 ‘남’으로 구경하듯 그렸다고 느낍니다. 아버지 곁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어머니 곁에서 부엌일을 하고, 곁님하고 넷이 두런두런 말을 섞으며 거니는 나날을 그리려고 했다면, “우리 엄마아빠”가 어떤 숨빛으로 이 별에 태어났는지 반짝반짝 붓이 춤췄을 텐데요.


ㅍㄹㄴ


“아이를 다시 시골로 내려보내서 다행이에요. 아쉽게도 곰인형을 놓고 갔네. 이것 봐요.” “어머나, 보세요. 도로시 퍼킨스 장미는 아직 피어 있어요. 살아남았어요.” (54쪽)


“대체 세상이 어찌 되려는 건지.” “당신의 노동당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믿는 줄 알았는데요?” “그럼! 물론 그렇지만, 맙소사!” “결혼하고 아이도 낳을 나이죠. 직장도 다니고, 차도 몰고, 군대도 다녀올 나이예요. 전쟁에서 전투기도 몰고요.” “그래요, 하지만, 맙소사! 내가 하는 일도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겠죠. 의원이 되겠다잖아요. 많이 배운 사람이니까.” “그래, 나는 못 배웠다 이거요?” (72쪽)


#Ethel&Ernest #RaymondBriggs


+


《에델과 어니스트》(레이먼드 브릭스/장미란 옮김, 북극곰, 2022)


런던 주위에 외곽 순환 도로와 그린벨트를 만들 거래요

→ 런던 둘레로 돌잇길과 푸른터를 놓는대요

→ 런던 바깥으로 에움길과 푸른띠를 둔대요

54쪽


그럼 우회도로를 우회해서 가겠죠

→ 그럼 돌잇길을 돌아서 가겠죠

→ 그럼 돌고돌아서 가겠죠

63쪽


그렇게 말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병명은 조현병이에요

→ 그렇게 말하기도 하지만, 넋나갔다고 해요

→ 그렇게 말하기도 하지만, 얼을 잃었다고 해요

84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