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3.10.


《언어 기원에 관한 시론》

 장 자크 루소 글/주경복·고봉만 옮김, 책세상, 2002.8.5.



읍내 나래터에 가서 책을 부친다. 저잣마실을 가볍게 한다. 바야흐로 겨울이 저문 터라 등판에 땀이 흐른다. 이제는 긴바지를 벗고서 짧은바지에 맨발로 거닐 때로구나. 아직은 찬물이 시리다고 느끼지만, 손도 발도 몸도 맨몸으로 해바라기를 하면서 새롭게 틔울 무렵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여태 보던 버스가 아닌, 이 두멧시골에 처음으로 ‘턱없는 낮은버스’가 들어온다. 턱이 없는 버스를 처음 타는 할매할배는 ‘왜 높은 턱(계단)이 없나?’ 하고 아리송하게 여기면서 올라선다. 《언어 기원에 관한 시론》을 읽었다. 읽고 나서 멍하다. 어쩐지 ‘말뿌리(언어 기원)’를 짚는 듯하다가 끝났다. 첫머리를 여는 듯하더니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다가 어영부영 맺고 만 조그마한 꾸러미 같다. 쓰다가 만 글 같다. 말뿌리를 파헤치려다가 그만둔 글 같다. 마치 밭일을 하려고 호미질을 하다가 깨작깨작 콕콕 찍다가 호미를 휙 내던지고 달아난 모습 같다. 말이란, 마음을 담은 소리이다. 마음을 어떻게 소리로 담는가 하고 읽고 살피고 찾고 생각할 때에 비로소 말뿌리를 알아보고 배우고 들려줄 수 있다. 우리는 푸른별이라는 삶터에서 사람으로서 마음을 소리로 옮겨서 말을 그린다. ‘마음그림’이라는 ‘말’은 수수께끼가 아닌 삶이다.


#Essai sur l'origine des langues #JeanJacquesRousseau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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