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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얘기해도 - 5.18민주화운동 ㅣ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마영신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14.
까칠읽기 59
《아무리 얘기해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마영신 그림
창비
2020.4.3.
《아무리 얘기해도》는 “아무리 얘기해도 ‘일베질’이나 하는 멍청이!”라고 헐뜯는 줄거리라고 할 만하구나 싶어서 한숨이 나온다. 그저 한숨이다. “아무리 얘기해도”라는 이름부터 “너넨 참 못 알아듣는 멍청이!”라고 깎아내리는 고까운 웃질인데, 스스로 웃질을 하는 줄 못 알아채는구나 싶다.
“네가 날 때렸잖아!” 하고 외치면서 “네가 날 때렸으니 나도 널 때릴게!” 하고 윽박지르는 결로는 어떤 말도 오가지 않는다. 그저 주먹만 춤출 뿐이다.
어제와 오늘을 나란히 놓고 바라볼 노릇이다. 오늘 벼슬(정치)을 하는 ‘옛 민주화운동가’는 어떤 민낯인가? ‘옛 민주화운동가’는 이쪽 무리에도 있고 저쪽 무리에도 있는데, 그들은 이미 주머니가 두둑하고, 서울 한복판에서 값비싼 잿집(아파트)을 움켜쥐었고, ‘기사님이 딸린 까만쇠(고급자가용)’를 거느린다. 그들은 아들을 낳은 뒤에 이녁 아들은 빼돌렸다. 이른바 ‘군대면제’를 시키기 일쑤였다.
들불로 일어난 들사람은 ‘옛 민주화운동가 정치꾼’하고 다르다. 들불로 일어난 수수한 사람은 ‘이름을 남기지 않’으면서 조용히 살림자리로 돌아가서 작은마을에서 조촐히 살아간다. 들불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들불은 들빛으로 보여주고서 들살림으로 사랑이라는 씨앗을 맺는다.
어느새 나라 곳곳에 ‘기념사업회’라는 이름이 붙는 벼슬터가 숱하게 생겼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에 ‘윤상원기념사업회’에 ‘여성항일운동기념사업회’에 ‘전쟁기념사업회’에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 ‘훈민정음기념사업회’에 …… 끝없이 잇는 ‘기념사업회’인데, 어떻게 ‘민주화운동’을 ‘기념 + 사업’으로 바라보면서 돈잔치를 꾀할 수 있는지, 그들 머릿속이 알쏭달쏭하다.
‘전쟁’을 ‘기념’하면서 ‘사업’을 벌이는 나라도 멀쩡하지 않지만, ‘민주화운동’과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면서 ‘사업’을 꾀하는 무리도 멀쩡하지 않다. ‘추모회’도 ‘애도회’도 아닌, ‘역사회’도 ‘공부회’도 아닌, ‘기록회’도 ‘진실화해회’도 아닌, ‘기념사업회’란 무엇일는지 처음부터 다시 밑바닥을 짚을 노릇이라고 본다.
왜 “아무리 얘기해도” 못 알아듣느냐고 핀잔하거나 놀리지 않을 노릇이다. 왜 “아무리 얘기해도” 못 알아먹고서 ‘일베질’이나 하느냐고 깎아내리거나 비아냥대지 않을 노릇이다. 왜 그렇겠는가?
사람을 사람으로 마주하지 않으니까 “어쩜 이렇게 얘기해도 못 알아먹니?” 하면서 꾸짖는데, 꾸짖어야 할 일이 아니라, 더 차분히 더 찬찬히 더 나긋나긋 더 가만가만 들려주고 짚으면서 이야기할 노릇이다. “어느 대목이 알기 어렵니?” 하고 되물으면서 “말을 나누어야” 한다. 알기 어렵거나 알쏭달쏭하다고 여길 적에 “참으로 못 알아듣는구나! 언제까지 또 얘기해야 해!” 하고 윽박을 지르면서 빈정거리니, 그저 쌈박질이 일어날밖에 없다.
얼뜬 만무방인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를 비롯해 숱한 망나니를 끌어내린 이 나라는 어떤 길을 걷는지 돌아볼 일이다. 얼뜬 만무방을 끌어내렸더니, 뜬금없이 새 만무방이 불쑥불쑥 나오지 않았는가? 저놈들이 그렇게 뒷돈을 해먹었다고 나무랐는데, 이놈들도 나란히 뒷돈을 해먹었다. 저놈들이 그렇게 추레질(성폭력·성추행)을 일삼았는데, 이놈들도 똑같이 추레질을 일삼았다.
‘저놈들이 한 짓’에 대면 짚오라기일 뿐이라고 둘러대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얘기해도》에 왜 198쪽 그림을 넣었는지 아리송한데, 여러모로 보면, 198쪽 그림처럼 “입으로는 바른말을 하는 시늉이지만, 막상 몸으로는 똑같이 얼뜨기로 뒹구는” 모습이니, 아무리 얘기해도 “너도 똑같은데? 뭔 소리야?” 하면서 시큰둥하게 고개를 돌린다고 느낀다.
16∼17쪽 그림을 보자. 저렇게 비아냥대면서 내려다보는 눈초리인데, 누가 말을 듣고 싶을까? 입으로만 옳은소리를 낸다고 들을 수 있지 않다. 부드러이 사근사근 풀어내어 들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왜 아직도 몰라?” 하고 타박하면 타박할수록 하나도 안 듣겠지.
72∼73쪽 그림을 보자. “뭐 씨X!” 하고 외치면서 군인을 때려잡고 두들겨팬다. 이러고서 74쪽 그림에서 “별것도 아닌 새끼들이.” 하고 한마디를 뱉는다. 이러다가 뒷통수에 몽둥이를 얻어맞는다.
이런 그림을 왜 그리는지 도무지 알 길조차 없다. 아니, 이렇게 그리는 줄거리를 보니, ‘그들·저들·이들’이 모두 똑같구나 싶다. 서로 손가락질을 해대면서 서로 밉질(혐오)을 해야, ‘민주화운동 + 기념사업회’라는 허울(명분)이 서겠구나 싶다. 아직도 앞으로도 언제까지라도 ‘싸울거리(전쟁 명분)’를 자꾸자꾸 새로 내놓아야 ‘기념사업’을 이을 만하겠구나 싶다.
‘기념사업회’가 아닌 ‘추모회’와 ‘역사기록회’와 ‘진실화해회’ 같은 이름이었다면, 《아무리 얘기해도》라는 허울이나 비아냥이 아닌, 《이제부터 얘기하자》처럼 차분히 지난 얼룩·눈물·피고름을 씻고 털고 달래면서, 이 나라 이 땅에서 새롭게 어깨동무를 하는 ‘참다운 민주와 평화와 평등’으로 나아가는 줄거리를 짜서 들려주었으리라 본다.
모든 ‘기념사업회’를 없애기를 빈다. 아름답거나 훌륭한 일을 억지로 부풀려서 돈잔치로 뒤바꾸지 않기를 빈다. 훈민정음기념사업회에서는 2025년 1월에 ‘훈민정음기념탑’을 108m 높이로 800억을 들여서 세종시에 세운다고 밝히더라. 기념사업회라고 이름을 붙이는 무리가 벌이는 돈질이란 무엇일까?
목소리 내뱉기는 멈추고서, 함께 머리를 맞대면서 배울 일이다. 천천히 다시 밑바닥부터 새롭게 배우려 하면서, 이야기를 할 일이다. 주거니받거니 말이 오가고 마음이 만나야, 1980년뿐 아니라, 이때까지 이 나라 이 땅에서 벌어진 모든 몹쓸 잘못과 저지레를 씻고 털고 달래면서 제대로 발자국을 새길 만하다고 본다. 이런 허술한 주먹질 그림으로는 어떤 민주도 평화도 못 이루고 다시 쌈박질로 번질 뿐이다.
ㅍㄹㄴ
“너 설마 일베 하냐?” “저 일베 안 하는데요?” “근데 그런 사진은 왜 봐?”
“별것도 아닌 새끼들이.” (74쪽)
“저는 공산당이 아닙니다. 한 광주 시민일 뿐입니다. 아무 죄 없는 우리 학생,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더 이상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81쪽)
“저 간첩새끼들 다 죽여버리자!” (104쪽)
“우리가 한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160쪽)
+
《아무리 얘기해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마영신, 창비, 2020)
누구한테 들었어?
→ 누구한테서 들었어?
→ 누가 그랬어?
192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