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3.11. 괴물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열여덟 살에 이른 큰아이가 문득 ‘괴물’이라는 한자말이 어떤 말밑인지 궁금하다고 물어봅니다. 큰아이한테 작게 실마리만 엮어서 먼저 보여주었습니다. ‘괴(怪) = 心 + 又 + 土’라는 얼거리를 읽어 보라고 했습니다. 이때에 곁님이 큰아이한테 “그런데 ‘괴’는 “무슨 괴”야? 새김이 뭐니?” 하고 묻습니다.


  큰아이는 옥편이건 한자사전이건 네이버사전이건 모든 낱말책이건 ‘怪’를 “괴이할 괴”로 풀어서 도무지 알쏭달쏭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일부러 이 마음을 꾹 숨기고서 ‘아이 스스로 수수께끼를 푸는 길’을 알려주려고 합니다. 제가 먼저 수수께끼를 다 풀어내면, 아이는 ‘받아먹기’를 배울 뿐입니다. 어버이나 스승이나 동무나 이웃이란, 아이한테 ‘그냥주기’를 하는 사람일 수 없습니다. 아이 곁에 있는 모든 사람은 “씨앗을 심어서 지켜보고 돌아보고 가꾸는 길”을 넌지시 사랑으로 이야기하며 알려주는 몫입니다.


 ‘心 + 又 + 土 = 괴(怪)’인데, ‘마음·가슴 + 오른손·또 + 흙·밭’이라는 밑뜻입니다. 아마 우리 집 큰아이뿐 아니라 웬만한 어른조차 이렇게만 밝혀 놓으면 뭔 소리인지 종잡지 못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여태까지 잘 모르던 수수께끼라면 단숨에 알아내기를 바라지 않아야지요. 차분히 바라보고 지켜보고 돌아보면서 생각을 기울이면 어느새 반짝 별빛이 돋으면서 알아보게 마련입니다.


  마음은 우리가 낱말을 씨앗으로 심은 대로 나아갑니다. 그래서 마음에는 몹쓸씨앗조차 심을 수 있고, 죽음씨앗마저 심을 수 있어요. 온나라 적잖은 벼슬깨비에 돈깨비에 이름깨비는 미움씨앗을 마음에 심더군요. 밭자락에 씨앗을 심었으면 씨앗이 스스로 트도록 기다리고 지켜볼 노릇입니다. 자꾸 손대면 씨앗이 죽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두 손을 나란히 써서 빚고 짓습니다. 오른손이건 왼손이건 한 손만 쓰면 살리지 않고 죽입니다.


  어찌 보면 그냥그냥 낱말풀이 하나일 테지만, 낱말(한자) 하나를 놓고서 꽤 길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곁님도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우리는 이 보금자리에서 부스러기(지식·정보)를 얻으려는 마음이 아니거든요.


  낯설면서 다르면서 새롭다는 마음에서 벗어나 두렵거나 무섭거나 꺼린다는 마음이 깃들고 마는 ‘괴·괴물’입니다. 그러나 모든 괴물은 바로 우리 손에서 비롯합니다. 우리 손끝을 사랑이 없는 채 움직이면, 언제나 괴물이 싹틉니다. 우리 손끝을 사랑으로 다독이면 ‘풀’과 ‘나무’가 자라서 ‘숲’을 이뤄요.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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