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초상 - 1987-1989 소대장님은 사진가
장종운 지음 / 눈빛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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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3.11.

사진책시렁 168


《젊은 날의 초상 1987-1989 소대장님은 사진가》

 장종운

 눈빛

 2023.4.25.



  서울에서 한가람을 내려다보며 살지 않눈 사람은 서울에서 제법 돈있는 살림을 알지 못 합니다. 한 채에 100억 원이 넘는다는 집을 사고판 적 없다면, 큰돈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누구는 서울 한복판에서 번들거리는 모습을 그리거나 옮길 만합니다. 그 모습도 삶이거든요. 누구는 서울 기스락이나 서울 언저리 작은고을 살림살이를 그대로 적을 만합니다. 이 모습도 삶입니다. 누구는 서울하고 아주 멀리 떨어져서 고즈넉이 시골살이를 쓸 만합니다. 어느 모습이건 삶입니다. 《젊은 날의 초상 1987-1989 소대장님은 사진가》를 읽으면서 움찔움찔합니다. 안타깝습니다만, ‘소대장님’은 누구보다도 주먹질(군대폭력)하고 무척 가까이 있습니다. 다만 모든 주먹질 곁에 있지는 않습니다만, ‘유격훈련·위문공연’ 같은 데에서 그리 거리끼지 않고서 찍을 수 있어요. 이와 달리 ‘총알받이(일반보병 소청수)’는 붓 한 자루나 종이 한 쪽조차 주머니에 챙길 수 없이 그저 맨몸으로 뒹굴고 얻어맞을 뿐 아니라, 막말보따리(욕설·인신공격·험담)를 맞아들여야 합니다. ‘소대장님’은 ‘중대장님·대대장님’보다 조금 낮은 곳에서 찍을 테지만 ‘우리(총알받이)’하고 함께하지는 않습니다. 푼돈에 뒹굴다가 목숨까지 빼앗기는 ‘우리’한테 찰칵이가 있다면 무엇을 찍었을까요? 아마 ‘곰취·칡 사역’이나 ‘도로보수·물골작업·제설작업’이라든지 ‘야간근무·매복·진지보수’라든지 ‘휴가증·외출증’이라든지 ‘주먹으로 아구창을 날리려는 윗내기(고참) 낯빼기’를 찍었을 테지요. 또는 ‘군인한테 바가지를 씌우는 시골(강원·경기) 가게 과자부스러기와 차림판’을 찍을 테지요. 장종운 씨가 담은 ‘소대장님 이야기’에는 ‘하나’를 찍은 옆에 ‘둘’은 있으나, 셋넷이나 대여섯은 없습니다. 그나마 하나랑 둘을 찍은 손길이 반갑습니다만, 이뿐입니다. ‘소대장님’한테는 ‘추억’일 수 있으나, 우리(총알받이)한테는 불수렁(지옥)이었습니다. 불수렁 한복판에서도 담배짬이나 쉴틈이 있습니다만, ‘비무장지대 아닌 완전무장지대’에도 새가 날고 꽃이 핍니다만, ‘천 삽 뜨고 허리 펴기’를 하느라 풀밭에 내던진 삽자루 옆에 피어난 작은 들꽃을 담은 그림이 아니라면, 영 다시는 들추고 싶지도 않은 ‘군대 사진’입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한 적잖은 총알받이는 ‘위문공연’이 있는 줄조차 모릅니다. 본 적도 없습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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