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3.9.

오늘말. 골목집


가난한 집이 모였으면 가난골이거나 가난마을입니다. 가난굴이기도 할 텐데, 돈이 적은 살림을 꾸리는 집집이 조촐히 모인 골목집입니다. 어느 모로 보면 돈이 적은 살림이지만, 다른 눈으로 보면 돈보다 손길과 발걸음으로 가꾸는 골목길이라 할 만합니다. 나무 한 그루를 곁에 놓으면서 노래하는 마을입니다. 꽃씨와 나물씨를 심고서 꾀꼬리에 동박새에 박새를 부르는 고을입니다. 해와 바람을 고르게 나누면서 어울리는 골목이에요. 누구나 봄볕을 품에 안아요. 서로서로 돌보는 터전입니다. 마을사람도 쉬는 뜰이고, 나그네도 다리를 쉬는 마당입니다. 아무것이 없는 집이란 없습니다. 이 나무 한 그루를 봐요. 이 풀꽃 한 송이를 들여다봐요. 꽃잎을 쓰다듬는 손끝에서 꽃노래가 흐릅니다. 풀잎을 어루만지는 손바닥에 별빛이 부드러이 감돕니다. 너하고 나는 노래지기에 살림지기입니다. 나랑 너는 소리빛에 살림빛입니다. 돈더미나 돈덩이가 있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스스럼없이 아우르는 사랑씨 한 톨이 있기에 즐겁습니다. 이 쉼터로 마실을 합니다. 저 쉼뜰로 찾아갑니다.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사근사근 수다를 이룹니다.


ㅍㄹㄴ


골목·골목길·골목집·가난마을·가난골·가난골목·가난굴·테·테두리·우리·울·품·품속·품꽃·굴·굿·집·돌봄집·돌봄터·보살핌집·보살핌터·속터·숨은곳·숨은터·쉼땅·쉼뜰·쉼터 ← 게토(ghetto)


꽃노래꾼·꽃노래님·꽃노래지기·꽃노래빛·꽃노래별·노래꾼·노래님·노래지기·노래꽃님·노래꽃지기·노래별·노래꽃별·노래샛별·꾀꼬리·소리꽃·소리빛·소리별·소리꽃별·소리샛별 ← 계관시인(桂冠詩人)


것·거시기·거석·더미·덩어리·덩이·몬·무엇·뭣·뭐·아무·아무것·아무개 ← 비인칭(非人稱)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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