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3.7. 취학유예
큰아이는 이제 ‘고2’ 나이에 이른다. 여태까지 큰아이하고 작은아이는 집배움을 한다. 그저 집에서 몸소 배운다. 두 아이 스스로 배움길을 찾아나서는 살림살이인데, 2025년에 이르러 고흥군 도화초등학교에서 ‘의무교육관리위원회 참석 요청서’를 보낸다. 열한 해 만에 이런 모임이 있는 줄 처음으로 듣는다. 그렇다면 지난 열한 해 동안 학교도 교육청도 무슨 일을 했다는 뜻일까 궁금하다. 이분들은 집배움을 하는 어린이와 푸름이를 거들떠보거나 들여다본 일조차 없구나 싶다.
어떤 종이(졸업장·자격증)가 있어야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다른 종이(원고지·도화지)로 얼마든지 스스로 살림길을 열면서 새일을 할 수 있다. 어떤 종이(졸업장·자격증)만 바라는 목소리는 아이들을 괴롭히는데, 아이뿐 아니라 어른인 그들 스스로 괴롭히게 마련이다. 다른 종이(원고지·도화지)를 바라보지 않는 눈길과 마음길이라면, 어떤 배움길도 못 열고 만다.
‘취학유예’란 이름이 우습다. 누가 누구를 ‘보아준다’는 소리일까. 아이들은 ‘졸업장 학교’에서만 배우는가? 아이들은 집과 마을에서 먼저 슬기롭게 배우면서, 따로 ‘배움터’에서도 어울림길과 어깨동무를 살필 노릇이지 않을까? 위에서 내려다보는 일본제국주의 찌꺼기말 ‘취학유예’라는 이름을 아직 그대로 쓰는 판인데,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 수수하게 ‘집어린이’를 바라볼 노릇이고 ‘집배움’으로 마주할 일이다. 우리 집 두 아이는 ‘취학유예’가 아닌 ‘집배움’이다. 그리고 ‘집살림·보금살림·숲살림’을 걷는다.
어린이는 어린이집에 다녀도 되지만, 어버이 곁에서 신나게 뛰놀면서 자랄 수 있다. 푸름이는 초·중·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다닐 수 있되, 스스로 들숲바다를 품으면서 해바람비를 길동무로 삼고 풀꽃나무를 배움동무로 여길 수 있다.
누구나 스스로 배우게 마련이라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이라는 책을 지난 2017년에 써냈다. 이 책을 도화초등학교 길잡이한테 한 자락 건네자고 생각한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