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별 녀석들 완전판 15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이승원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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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7.

미워할 수 없는 너


《시끌별 녀석들 15》

 타카하시 루미코

 이승원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8.30.



  《시끌별 녀석들 15》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1978∼87년에 나온 그림꽃이니 거의 쉰 해에 이르는 나날을 이은 셈입니다. 오늘날에는 이렇게 줄거리를 짜서 이만 한 붓끝으로 들려주는 그림꽃은 드물거나 다시 보기 어려울 만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밀고당기는 줄거리인데, 첫걸음부터 끝걸음까지 두루 보면, “미워할 수 없는 너”요, 마침내 “미워하지 않기로 하는 마음”이 아닌 “그저 사랑으로 바라보고 품는 마음”으로 거듭난다고 여길 만합니다.


  2022년에 다 읽은, 아니 2002년에 먼저 읽고서 스무 해 만에 새로 읽은 꾸러미를 세 해 동안 자리맡에 쌓아놓습니다. 어쩐지 그대로 책숲으로 옮겨놓기에는 아쉽다고 여겼는데, 이동안 온누리에 여러 일이 불거집니다. 좋아하는 쪽은 마냥 좋아하면서, 미워하는 쪽은 끝없이 미워하는 사람들 모습을 지켜봅니다. 이쪽이어야만 하고 저쪽은 안 된다고 외치는 두 무리를 보면, 서로 말을 안 섞어요. 저마다 어떤 길을 내세우는지 듣지도 않으면서 그저 “쟤들이 하는 말은 뻔하잖아!” 하고 끊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이라 하더라도 말을 안 하면 서로 어떤 뜻인지 잘못 짚거나 넘겨짚기 일쑤입니다. 마음이 안 맞는 사이라면 말을 안 할수록 더욱 엇갈리지 않을까요? 마음이 안 맞는 사이라서 더더욱 귀담아듣고서 더욱더 찬찬히 말하면서 “왜 서로 다르게 살아가려는”지 나눌 노릇이지 않을까요?


  어떤 분은 “윤석열 멧돼지”라고 부르더군요. 이렇게 말씀하는 분한테 한마디 했습니다. “저기, 멧돼지가 무슨 잘못이라고 그렇게 빗대시나요? 멧돼지를 보신 적 있나요? 멧돼지는 멧숲을 돌보는 상냥하고 여린 짐승입니다. 어미 멧돼지는 새끼 멧돼지를 지키려는 때가 아니면 달려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멧돼지는 스스로 두렵고 무서워서 앞뒤를 안 보고서 그저 내달립니다. 멧돼지를 모르면서 함부로 아무 데나 빗대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윤석열은 그냥 “윤석열 씨”라고 하면 됩니다. 또는 “윤씨”라 하면 되어요. 이재명은 그냥 “이재명 씨”라고 하면 되어요. 또는 “이씨”라 하면 되어요. 어느 누구이든 매한가지입니다. 한때 대통령 곁사람을 놓고서 ‘여사’라 해야 한다느니 ‘여사님’이라 해야 한다느니 말이 많았는데, 시골 논밭지기(농부)이건 서울 나라지기(대통령)이건 그저 나란히 ‘님·씨’로 가리키면 됩니다. 사람은 그저 사람이기에 누가 높거나 낮지 않아요. 한자말로 붙이는 부름말이기에 높임말이지 않습니다.


  그러나저러나, 윤씨가 우두머리 자리에 앉아야 한 까닭이 있다고 느껴요. 어떤 잘잘못을 하든 말든, 그이를 ‘미워하지(혐오)’ 않는 길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오직 잘잘못만 가리고 따지고 밝히면서 ‘사람’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살림을 일구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느껴요. 죽일짓을 해서 사슬터에 가두더라도 밥을 똑같이 차려 주어야 합니다. 죽일짓을 저지른 놈팡이라고 해서 ‘죽일놈이 먹을 밥에 침을 뱉어’도 되지 않아요.


  우리는 아주 쉽게 “혐오하지 말아라!” 하고 외치지만, 정작 윤씨나 박씨(박근혜·박정희)나 이씨(이명박·이승만)를 미워하고(혐오) 맙니다. 그런데 윤씨도 박씨도 이씨도 미워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그들이 저지른 잘못을 말하고 나무라고 타이르고서 그치면 되어요.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저지른 잘못을 말하는 동안 자꾸자꾸 밉말(혐오표현)을 그들한테 들씌웁니다. 그래서 “그들을 감싸려는 무리”가 태어납니다.


  그들이 저지른 잘못만 차분히(냉정) 말하고 끝내면서, 앞으로 우리가 새롭게 지을 나라를 말할 줄 알기까지 그들이 우두머리나 벼슬자리에 앉는다고 느껴요. 윤씨뿐 아니라 다른 이씨(이재명)를 놓고도 매한가지입니다. 어느 쪽 누구를 바라보든, 좋아하거나(팬덤) 싫어하지(혐오) 않는, 그저 그들이 무슨 짓이나 일을 했고, 그들이 어떤 값(평가·평가)을 받아야 하느냐만 짚을 노릇입니다.


  아름다운 이가 나라지기에 앉을 수 있어도 배웁니다. 모지리가 우두머리에 앉을 수 있어도 배웁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름답게 자라나도 아이한테서 배웁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사납말(욕설)을 입에 달고 다녀도 아이한테서 배웁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둘레 어버이와 어른이 하는 그대로 배우고 따라합니다. 우리가 어버이와 어른으로서 늘 밉말(혐오표현)과 좋은말(팬덤문화) 사이를 오가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 모습을 고스란히 배워서 따라합니다.


  우리가 밉말도 좋은말도 이제부터 끝낼 줄 안다면, 이리하여 ‘살림말’과 ‘사랑말’과 ‘숲말’을 우리 보금자리부터 펴고 마을에서 나눌 수 있다면, 바로 우리부터 제대로 배워서 거듭나는 사람으로 서요. 이러는 사이에 아이들도 우리한테서 어진빛과 어진말을 배울 테지요. 우리는 늘 “살림하는 사랑을 숲에서 펴고 나누는 사람으로 설 노릇”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하는 살림을 숲빛으로 나누고 펴는 사람으로 만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끌별 녀석들》은 미워할 수 없는 너를 그립니다. 아니, 미워할 까닭이 없이 그저 사랑할 너와 나를 그립니다. 끝없이 밀고당기는 길에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르게 사랑이라는 씨앗을 싹틔웁니다. 혼자 차지하거나 자랑하려는 길이라면 굴레입니다. 함께 나누고 누리면서 노래하려는 길이라면 사랑입니다. 아기로 이 별에 태어난 첫마음을 잊고 잃은 무리가 사랑을 되찾으면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길을 배울 하루입니다. 그들도 배울 일이도, 우리도 배울 노릇입니다.


ㅍㄹㄴ


“왜 내가 나는 연습을 해야 하는 거야?” “모처럼 날개가 생겼는데.” (10쪽)


“닷짜! 그때 내가 저주를 풀어줬잖아.” (138쪽)


“이래서야 완전히 멍청이처럼 보이잖아!” “닥치세요, 원래 멍청하잖아요.” (161쪽)


“알겠느냐, 류노스케. 바다 매점을 운영하는 건 이렇게 힘든 일이다.” “이 자식, 이제까지 어떻게 장사를 해온 거야!” (226쪽)


#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うる星やつら


《시끌별 녀석들 15》(타카하시 루미코/이승원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


상의를 벗고 한 줄로 서라

→ 윗옷을 벗고 한 줄로 서라

→ 윗도리 벗고 한 줄로 서라

5쪽


우리 별의 효험 좋은 뜸이닷짜

→ 우리 별에서 잘 듣는 뜸이닷짜

5쪽


높은 뜻을 품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 높은 뜻을 품은 듯해

11쪽


정말 비정상적인 녀석이구나. 문답무용!

→ 참말 엉뚱한 녀석이구나. 말을 말자!

→ 참 생뚱맞은 녀석이구나. 묻지 말자!

13쪽


선대 그룹 따위, 우리가 직접 손봐 줄 가치도 없어

→ 옛어른 따위, 우리가 손봐 줄 값어치도 없어

→ 옛분 따위, 우리가 손봐 줄 만하지도 않아

20쪽


여성용 학교 수영복을 조달해 뒀지

→ 배움터 헤엄순이옷을 챙겨 뒀지

87쪽


원격조작으로 변경해야짓짜

→ 먼보기로 바꿔야짓짜

→ 멀리보기로 돌려야짓짜

155쪽


엽록소의 작용으로 체력이 증가하닷짜

→ 잎푸름이가 일어나 힘이 늘엇닷짜

160쪽


그것만으로는 평범한 해수 풀장이지

→ 이쯤이라면 수수한 바다놀이터이지

→ 이만 하다면 여느 바다헤엄터이지

181쪽


흔한 잡목림이지만, 다른 별에서는 비싼값에 거래되나 봐

→ 흔한 온숲이지만, 다른별에서는 비싼값에 사고파나 봐

→ 흔한 고루숲이지만, 다른별에서는 비싼값에 다루나 봐

228쪽


풍령 장사꾼이 뭐얏짜

→ 바람구슬 장사꾼 뭐얏짜

→ 바람쇠 장사꾼 뭐얏짜

228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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