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3.6.
오늘말. 다른놈
어린날에는 ‘경로우대’란 말을 못 알아들었습니다. 아직 이 낡은 말을 그대로 쓰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른을 모시려는 뜻이라면 ‘어른먼저’라 할 만합니다. ‘어른모시기’나 ‘어른사랑’처럼 수수하게 이름을 붙일 만합니다. 그래서 ‘어른먼저’ 곁에는 ‘아이먼저’를 놓을 만하지요. 누구나 다르기에 다른이입니다만,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서느냐에 따라서 다른님이나 다른놈으로 마주합니다. 목소리가 달라고 딴놈이라고 내치기 일쑤인데, 다르니까 다른별에 다른꽃이지 않을까요. 그저 멀리 내팽개치거나 윽박질러야 할까요. 누구나 작은사람이에요. 누구나 작은꽃에 작은별입니다. 큰몫을 바라는 큰사람이나 큰꽃이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한밑천을 노리며 뜬금없이 굴 까닭도 없어요. 저마다 사람이라는 이름이 같습니다. 우리는 이름만 같을는지, 숨빛으로 같을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스스럼없이 자리를 내주거나 베풀 마음이 있는지 돌아봐야지 싶습니다. 어깨동무를 할 짬을 내요. 손을 잡을 말미를 두어요. 억지로 일만 하지 말아요. 즐겁게 일을 쉬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펼 틈새를 놓아요. 안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안 짓는 손길도 없습니다.
ㅍㄹㄴ
어른먼저·어른따르기·어른길·어른빛·어른사랑·어른올림 ← 경로우대
떼돈·목돈·큰돈·큰밑천·큰몫·우람돈·우람밑천·한밑천·한밑돈·한몫·한바탕·한탕·한판돈·한탕돈·한바탕돈 ← 거대자본
남·남남·다르다·다른별·다른꽃·다른이·다른사람·다른놈·다른짝·다른짝꿍·딴·딴사람·딴놈·딴아이·딴님·이름만 같다·이름은 같다·멀다·멀디멀다·머나멀다·뜬금없다·엉뚱하다 ← 동명이인(同名異人)
일을 쉬다·쉬다·말미·짬·틈새·거르다·건너다·안 짓다·안 하다 ← 비번(非番)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