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3.3.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정재승·진중권 글, 웅진지식하우스, 2009.12.15.



밤새 안개비였다. 새벽과 아침도 안개비로 하얗다. 봄맞이로 건너가는 길목이다. 고즈넉이 지나는 하루이다. 아침일을 하고, 밥을 끓이고 국을 한다. 오늘 읍내 나래터에 갈까 했더니 덧쉼날(대체공휴일)이네. 시골에서는 쉼날·덧쉼날에 버스가 안 다닌다. 이런 날 바깥일을 봐야 한다면 발이 묶인다. 서울이나 큰고장에서는 쉼날·덧쉼날·설날·한가위에 버스·전철이 다 다니지만, 이제 시골에서는 몽땅 쉰다. 다만, 버스가 안 다니는 쉼날과 덧쉼날이면, 시골은 매우 차분하다. 시끄러운 소리가 하나도 없달까.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둘이 가로지르듯 여미기는 하지만, 막상 무슨 줄거리를 짚으려고 하는지 오락가락한다. 글을 맡은 두 분은 우리나라에서 이름이 높다만, 허울스러운 이름만 높은 듯싶다. 삶자리로 파고들거나 살림터로 스미는 말을 못 내놓는다고 느낀다. 두 분만 삶과 살림을 등지는 글을 쓰지는 않는다. 숱한 글바치가 삶하고 먼 글을 쓴다. 이른바 “기저귀를 갈고서 빨래를 해본 적 없는” 티에 “밥하는 살림꾼으로 살아낸 적 없는” 모습이다. 이런 글이 넘치기에 숱한 순이가 일멎이(경력단절)로 괴로워하겠지. 집일도 집살림도 모르는 사내가 글담을 단단히 틀어쥐니까.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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