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8.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
양미 글, 동녘, 2024.9.30.
거의 이레 만에 여우눈이 걷힌다. 구름조각 하나 없이 맑은 날이다. 바람은 아직 차다. 작은아이는 손이 부어서 아프다. 손이 얼면서 손싸개를 안 하는 탓이다. 어머니한테서 꾸지람을 듣고서야 손싸개를 한다. 곰곰이 보면 나도 손싸개를 아예 안 하다시피 한다만, 물 만지는 집일을 늘 하느라 손이 얼고 녹기를 되풀이한다. 숱하게 얼고 녹는 사이에 추위가 닥치더라도 조금 견딘다. 낮에 무배추국을 끓여놓고서 가볍게 저잣마실을 간다. 흙날에는 나래터에 갈 일이 없기에 버스나루에서 한참 선 채로 글을 쓰고 책을 읽는데, 고무신을 꿴 발바닥이 시리구나.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를 읽으며 엮음새에 놀랐다. 옅푸른 글씨에 눈이 따갑고, 글꼴이 너무 크며 빈자리도 너무 크더라. 줄거리는 뜻깊지만 누가 읽으라는 뜻인지 알쏭했다. 시골사람은 책을 내밀어도 웬만해선 안 읽을 텐데, 떠벌리기(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차분이야기’로 엮지 않은 까닭이 궁금하다. 글꼴을 알맞게 줄이고 빈자리를 채우고, 되풀이하는 대목을 솎으면 ‘시골 민낯’과 ‘거듭날 시골’을 놓고서 알뜰히 빛날 만했으리라 본다. ‘나라에서 떨어지는 돈’, ‘신재생에너지 뒷돈’, ‘새만금 잼버리’, ‘산림청과 나무장사’, ‘출산장려·인구소멸 목돈’, ‘스마트팜 민낯’ …… 다룰 이야기가 한가득인데 여러모로 아쉽다. 고침판을 낸다면 ‘무안공항 참사 뒷낯’도 꼭 넣기를 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