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정적 靜寂
정적에 잠긴 산속 → 고요에 잠긴 산속
정적을 깨뜨리다 → 고요를 깨뜨리다
정적이 감돌다 → 고요가 감돌다
정적이 흘렀다 → 고요가 흘렀다
‘정적(靜寂)’은 “고요하여 괴괴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고요하다’를 찾아보면 “조용하고 잠잠하다”를 뜻한다 하고, ‘괴괴하다’는 “쓸쓸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고요하다”를 뜻한다 해요. ‘조용하다’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고요하다”를 뜻한다 하고, ‘잠잠(潛潛)하다’는 “분위기나 활동 따위가 소란하지 않고 조용하다”를 뜻한다 합니다. 그러니까 ‘정적 = 고요 + 고요’인 꼴이고, ‘고요 = 조용 + 잠잠’인 꼴이며, ‘고요 = 조용 + 조용’인데, ‘조용 = 고요’인 셈입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뜻풀이가 엉망진창으로 돌림풀이일 뿐입니다. ‘조용하다’고 할 적에는 소리가 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말하렴”처럼 쓰기도 해요. 이와 달리 “고요히 말하렴”처럼 쓰지 못합니다. ‘조용’이라는 우리말은 소리가 매우 낮고 몸짓도 아주 느린 느낌을 나타낸다면, ‘고요’라는 우리말은 소리도 몸짓도 아무것도 없이 멎었다고 할 만한 느낌을 나타냅니다. 이러구러 한자말 ‘정적(靜寂)’은 ‘고요·고요하다·고요빛·고요숨’이나 ‘고즈넉하다·고즈넉이·가만히·가만가만’으로 고쳐씁니다. ‘감은눈·감은빛·점잖다·조용하다’나 ‘다소곳하다·얌전하다·오솔하다’로 고쳐써요. ‘떠나다·사라지다·쥐죽다’나 ‘새근새근·숨죽이다·자다·잠들다’로 고쳐쓰고, ‘없다·소리없다·허전하다·죽다’로 고쳐쓰지요. ‘호젓하다·잔잔하다·지긋하다’나 ‘차분하다·참하다’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정적만이 감돌던 밤하늘
→ 고요만이 감돌던 밤하늘
→ 아뭇소리 없던 밤하늘
→ 죽음만이 감돌던 밤하늘
→ 모두 죽은 듯한 밤하늘
《체르노빌의 아이들》(히로세 다카시/육후연 옮김, 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06) 10쪽
캄캄한 밤과 정적이 사라진 탓
→ 캄캄한 밤과 고요가 사라진 탓
→ 캄캄밤과 참한빛이 사라진 탓
《마녀 배달부 키키 2》(가도노 에이코/권남희 옮김, 소년한길, 2011) 8쪽
고요한 아침시간. 바다는 정적에 싸여 있다
→ 고요한 아침. 바다는 고요에 싸였다
→ 고요한 아침. 바다는 그저 고요하다
→ 고요한 아침. 바다도 고요할 뿐이다
→ 고요한 아침. 바다는 소리도 몸짓도 없다
《은빛 물고기》(고형렬, 최측의농간, 2016) 188쪽
정적이 흘렀다
→ 고요가 흘렀다
→ 고요했다
→ 쥐죽은 듯했다
→ 아뭇소리 없다
《로알드 달의 위대한 단독 비행》(로알드 달/최지현 옮김, 살림Friends, 2016) 97쪽
이 선전문을 읽고서 우리는 잠시 정적헤 휩싸였습니다
→ 이 알림글을 읽고서 우리는 한동안 고요했습니다
→ 이 글월을 읽고서 우리는 한동안 입을 다물습니다
→ 이 글자락을 읽고서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습니다
《플랜던 농업학교의 돼지》(미야자와 겐지/차주연 옮김, 달팽이, 2016) 103쪽
어둡고 깊은 밤 고요한 정적 속에서 조용히 산짐승들의 휴식처가 되었을 때
→ 어둡고 깊은 밤 고요한 곳에서 멧짐승 쉼터가 되었을 때
→ 어둡고 깊은 밤 고요히 멧짐승 쉼터가 되었을 때
《안녕, 동백숲 작은 집》(하얼과 페달, 열매하나, 2018) 52쪽
정적만 흐를 뿐이에요
→ 고요하기만 해요
→ 아뭇소리가 없어요
《어둠 속에 혼자서》(콘스탄체 외르벡 닐센·외위빈 토르세테르/정철우 옮김, 분홍고래, 2022) 22쪽
타오 씨의 엉뚱한 대답에 잠시 정적이 흐른다
→ 타오 씨가 엉뚱히 말하니 살짝 조용하다
→ 타오 씨가 엉뚱히 말해서 한동안 조용하다
《타오 씨 이야기》(장재은, 사계절, 2024) 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