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어린이와 동무하는 (2023.12.9.)
― 대구 〈북셀러 호재〉
우리나라에 책집이 태어난 지는 기껏 온해(100년)로 칠 만하지만, 책집이라는 데는 언제나 어린이한테 쉼터 노릇이었습니다. 예나 이제나 어느 고을을 보든, ‘나이든 사람’이 쉬거나 누릴 자리는 줄줄이 넘칩니다. 이와 달리 ‘어린이와 푸름이’가 쉬거나 누릴 자리는 눈씻고 보아도 찾기 어렵습니다. 서울길을 거닐든 부산골목을 다니든 매한가지입니다. ‘가게’란, 사람들이 돈을 써서 사고파는 얼거리인 터라, 어린손님이나 푸른손님을 반길 수 없어요.
그런데 숱한 가게 가운데 책가게만큼은 어린이와 푸름이도 홀가분히 드나들 수 있습니다. 더구나 책가게에서는 어린이와 푸름이가 책을 안 사더라도, 그저 훑거나 읽고서 나가더라도 대견하게 바라보곤 합니다.
대구 〈북셀러 호재〉를 찾아갑니다. 책집지기 아이는 책집 한켠에서 놀기도 하고 자기도 하고 먹기도 합니다. 책집지기가 일하는 자리에서 책집아이도 무럭무럭 자랍니다.
오늘 우리는 아이하고 얼마나 어깨동무를 하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어버이와 어른이 일하는 곳에서 아이들이 실컷 뛰놀다가 쉬다가 먹다가 잠들 수 있을까요? 아이하고 어른을 가르는 곳이라면 아이도 고단하지만 어른도 고달픕니다.
떠난 어른 이오덕 님은 어린이를 곁에 두는 마음이었기에 어린이와 함께 노래할 우리말글도 참하게 가꿀 수 있기를 바라셨구나 싶습니다. 모름지기 어른이라면 ‘나이를 먹은 몸’이 아닌 ‘나다운 나’와 ‘새로 태어난 아이’를 나란히 바라봅니다. 나와 너(아이)를 하나로 어깨동무하지 않을 적에는 도무지 어른일 수 없습니다. 나라 곳곳에서 얄궂거나 안타까운 말썽이 왜 불거질까요? 어린이를 곁에 안 두면서 돈팔이·이름팔이·힘팔이를 하기 때문 아닐까요?
푸른지붕(청와대)도, 벼슬터(국회 및 모든 공공기관)도, 어린이가 언제나 홀가분히 드나들면서 “아줌마는 무슨 일 해?”라든지 “아저씨는 어떤 일 해?” 하고 묻고서 지켜본다면, 어떤 벼슬아치도 허튼짓이나 검은짓을 못 합니다. 우리는 어린이가 못 드나드는 굴레와 담벼락을 세우기 때문에 더 망가지고 더 싸우고 더 갈라치면서 이 모든 수렁을 아이들한테 덤터기처럼 씌운다고 느낍니다.
들꽃을 품을 줄 알아야 들숲바다를 품고 아끼며 돌봅니다. 작은이와 어린이를 품는 살림일 적에 집과 마을과 나라가 아늑하고 아름답습니다. 살뜰히 읽는 손길로 서로 읽는꽃이 되어 마주합니다. 알뜰히 가꾸는 손길로 저마다 살림꽃이 되어 웃습니다. 좋은글·좋은책이 아닌 사랑글·사랑책을 바라보기에 눈이 밝아요.
ㅍㄹㄴ
《詩論》(오세영 외, 현대문학, 1989.8.20.)
《유미리 戱曲集》(유미리/정진수 옮김, 예음, 1994.7.9.)
- 학원서림
《도둑마을》(장문식, 인간사, 1983.5.20.)
《바람을 헤치고 크는 아이》(박상규, 인간사, 1983.4.30.첫/1983.6.20.재판)
《文藝精神 10 하늘과 땅 사이에》(박재두 엮음, 문예정신사, 1984.9.5.)
- 최춘해 교장 선생님. 조평규 드림
《국어교육의 원리》(김수업, 청하, 1989.5.25.)
《反藝術》(사까자끼 오쯔로오/이철수 옮김, 합동기획, 1983.3.25.)
《英語史》(김석산, 민음사, 1990.6.30.)
《한국 女俗史》(김용숙, 민음사, 1989.9.30.첫/1989.11.10.2벌)
《어깨동무 꽃밭》(정혜진, 아동문예, 1992.8.10.)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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