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퇴장 2025.2.20.나무.



물러나야 할 놈이 물러나야 하는데 도무지 안 물러나는 탓에 시끄럽니? 그러나 물러나야 할 놈은 그만 쳐다보렴. 물러나야 할 놈은 그자리에 다시 못 앉는단다. 다시 그자리에 앉았다가는 아주 호되게 두들겨맞고서 쇠고랑을 차게 마련이야. 이만 물러날 적에도 쇠고랑을 차지. 그놈은 이래 물러나든 저래 버티든 나중에는 쇠고랑을 찰 수밖에 없는 줄 알기에 우격다짐으로 달려든단다. 이러면서 꼬투리를 잡으려고 해. “너도 잘못했잖아? 나만 잘못했냐? 너도 날 때렸잖나?” 하면서 아주 진흙싸움으로 끌어들인단다. 이때에 넌 ‘돌봄주먹(정당방위)’이었다고 외치면서 ‘옳은목소리(정의로운 주장)’를 펼 텐데, 이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북새통인 싸움밭으로 치닫는단다. 치고받는 늪에서는 누가 참이고 거짓인지 못 가려. 치고받다 보면 어느새 둘 다 끝장싸움으로 굴러떨어져. 그놈이라면 이제 잃을 것이 없을 텐데, 넌 어떡하지? 너도 다 잃어도 돼? 놈은 물러날 마음이 없어. 그런데 넌 놈을 무찌르고 싶겠지. 그래서 그놈은 널 물리치고 싶단다. 이때에 네가 할 일은 오직 하나야. 그놈은 몫(임기)이 있어. 그놈은 밥그릇(권력)을 쥐었지. 그래서 넌 그놈이 그놈 몫과 밥그릇을 붙잡는 늪을 그냥 내버려두면 돼. 넌 너로서 빛나는 사랑을 펴서 네 살림집을 숲으로 돌보면 돼. 물러날 수밖에 없는 그놈을 손가락질하거나 나무라지 마. 그저 그놈이 어떤 몫이고 밥그릇인지 말을 하고서 내버려두렴. 힘팔이꾼은 늘 제풀에 지친단다. 이름팔이꾼과 돈팔이꾼도 언제나 스스로 힘이 다하여 죽어.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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