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21.


《오냐나무》

 이효담 글·강혜숙 그림, 벌레구멍, 2016.1.5.



귀를 기울이면 바람소리 사이로 새소리가 흘러든다. 눈을 뜨면 겨울눈 곁으로 파란하늘이 스며든다. 마음을 틔우면 뭇별이 한낮에도 두 팔로 가만히 내려온다. 나는 이러한 터전을 하룻내 누린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삶터를 노상 누리는 이웃은 이제 매우 드물다. 값비싼 잿집(아파트)에 깃든 이웃은 많으나, 손바닥만 하더라도 마당에 서서 나무와 새와 하늘과 해를 고스란히 맞이하는 이웃은 거의 사라진다. 아이를 아이로 돌보면서, 우리 스스로 어른으로 서려면 “나무를 심어 돌보면서 나비와 개구리가 깃들 만한 마당”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 《오냐나무》를 돌아본다. 요즈음 아이와 어른은 어디에서 어떤 나무를 볼까? 사람이 손대는 탓에 줄기도 가지도 잎도 시들시들 괴로운 나무를 보는가? 숲을 이루면서 다 다른 나무가 어우러지는 푸른빛을 볼까? 새가 찾아들고 나비가 날고 벌레가 고물고물 기는 나무를 볼까? 나무는 줄기도 가지도 곧게 뻗는다만, 억지스런 손길이 닿으면 이리저리 휘며 괴롭다. 오늘날 사람들은 저마다 곧고 푸르게 뻗는 나무 같은 삶이 아닌, 여기저기 들쑤시고 꾸미느라 그만 멋과 빛과 숨을 잊고 잃는 굴레이지 싶다. 오냐오냐 들어주기만 해서는 서로 곪는다. 오순도순 이야기를 펴야 비로소 씻어내고 깨어난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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