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22.
《살랑살랑 Q 3》
아마가쿠레 기도 글·그림/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2.28.
집안일과 글손질을 하다가 숨돌리면서 밥을 짓는다. 이러고서 등허리를 살짝 편 뒤에 저잣마실을 간다. 봄맞이새가 날아오기 앞서까지는 살짝 고즈넉한 시골이다. 겨울새는 떠나지만 텃새는 한결같이 부산하게 날고 앉고 노래하면서 “너도 아니? 바람이 바뀌었어. 이제 이 겨울도 끝이야.” 하고 알려준다. 앵두나무도 매나무도 꽃망울이 부푼다. 모과나무도 무하과나무도 뽕나무도 잎망울이 살살 오른다. 《살랑살랑 Q》 넉걸음까지 읽는다. 이 그림꽃은 몇 걸음까지 나올 수 있을까. 대여섯이나 예닐곱으로 마치려나, 열이나 열다섯쯤으로 살을 입힐 수 있으려나. 작게 빛나는 씨앗을 들려주는 글·그림·그림꽃·빛꽃일수록 으레 단출히 끝나게 마련인데, 때로는 제법 느긋하면서 넉넉히 펴는 가람줄기처럼 여미어도 어울린다고 본다. 억지로 힘을 쏟더라도 사랑은 싹트지 않는다. 서두르거나 다그친들 꽃봉오리가 맺지 않는다. 산들산들 부드러우면서 아늑하게 일렁이는 바람결과 같은 사랑이다. 하루하루 차근차근 살림을 짓는 손끝에서 가만히 싹트고 움트고 눈뜨는 사랑이다. 우리는 어른으로서 모든 나날을 사랑으로 지을 노릇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질며 슬기로운 어른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아 새롭게 씨앗으로 심을 일이다.
#ゆらゆらQ #雨隠ギド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