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24.


《카메라 들고 느릿느릿》

 그사람 글·빛꽃, 스토리닷, 2014.3.29.



느긋이 조용히 책더미를 추스른다. 그득그득한 책을 읽어내었으면 차분히 뜻과 결을 새겨서 이야기를 여미자고 돌아본다. 나무를 읽다 보면 다른 나무로 눈이 옮고, 풀꽃을 읽으면 어느새 옆 풀꽃으로 눈이 옮고, 새소리를 듣다 보면 이웃 새소리로 귀가 옮는다. 별을 보면 둘레 별빛으로 문득 눈이 옮으니, 이렇게 보고 듣노라면 하루가 훅 지나간다.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오며 청둥오리와 흰새와 왜가리를 본다. 고기잡이와 자맥질과 헤엄질을 즐기는 새를 보면 둘레 어떠한 소리나 몸짓도 못 느낀다. 청둥오리는 고기밥을 즐기나? 얼핏 그리 여길 테지만, 우리는 새가 무엇을 먹든 스스로 살리는 길인 줄 안다. 사람은 무슨 밥을 먹어야 스스로 빛날까? 어느 결에 매인다면 ‘밥굴레’요, 온숨결을 사랑할 적에 비로소 ‘밥살림’이다. 《카메라 들고 느릿느릿》을 모처럼 들춘다. 새삼스럽지만 우리나라에서 확 저물어버린 ‘빛밭(사진계)’이라고 느낀다. 글밭(문학계)은 이렁저렁 말이 많아도 그럭저럭 굴러가는 듯싶으나, 빛밭은 그야말로 “그 나물 그 밥”에다가 “끼리끼리 고인 담벼락”이 우쭐할 뿐이다. 찰칵이를 쥐고서 느릿느릿 걸을 줄 모르는 빛밭에 어떤 빛꽃(사진)이 있겠는가? 뚝딱거리는 손재주가 아닌, 마을에 녹아들어 담아내려는 손빛과 눈빛과 살림빛이 있을 적에라야 빛도 글도 그림도 살아난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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