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28.
《가장 나다운 거짓말》
배수연 글, 창비교육, 2019.10.10.
눈발이 펑펑 날리는데에도 ‘산불예방 안내방송’을 쩌렁쩌렁 틀어댄다. 창피한 시골이다. 이곳뿐 아니라 다른 시골도 매한가지이다. 끝없이 한 해 내내 시끄럽게 틀어대면서 ‘이렇게 일했소!’ 하고 내밀 테지. 간밤에 모처럼 마당에도 눈이 쌓였으나 아침해에 말끔히 녹았다. 그래도 하루 내내 여우눈이 춤춘다. 부릉부릉 소리가 없이 고즈넉한 하루이다. 《가장 나다운 거짓말》을 읽고서 혀를 내둘렀다. ‘사내’가 이런 글을 썼다면 손가락질을 오지게 먹었으리라. “하루는 우리 반에서 / 무지 못생기고 이기적인 애가 / 생일 파티를 했다(80쪽)” 같은 글을 아무렇지 않게 써도 되나? “주부였던 엄마는 우동집 주방에 취직했어 / 이건 나쁜 꿈 슬픈 꿈 창피한 꿈(42쪽)” 같은 글은 ‘밥집일꾼’으로 땀흘리는 모든 아줌마와 아저씨를 깎아내리는 따돌림말이지 않은가? 이른바 ‘요즘 청소년시·동시’를 보면, ‘예전 동심천사주의 어린이문학·청소년문학’하고 똑같이 ‘삶·살림·사랑·숲’이 아예 없다. 목소리만 넘치고 ‘마음이 아프고 힘든 나 좀 쳐다봐 줘!’ 하고만 되풀이하는 글을 왜 읽혀야 하는지 모르겠다. 글밭은 어디까지 무너져야 하는가? 글붓은 어디까지 널뛰어야 하는가? 제발 아이 곁에서 함께 살림을 짓기를 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