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화답 2025.1.30.나무.



사랑을 모르거나 등지는 사람은, 누가 저한테 꽃을 베풀어도 주먹을 휘두르거나 꽃을 짓밟아. 왜 돈으로 안 주고서 쓸데없이 꽃을 주느냐고 버럭버럭 소리지르지. 그런데 돈이 아니라 꽃을 곁에 두거나 품고서 살아야 할 ‘빈마음’이기에 꽃을 베풀지 않을까?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누가 저를 할퀴거나 괴롭히거나 때리거나 짓밟아도 가만히 웃음을 지어. 보렴! 바람이 따건 새가 따건 아기가 따건, 꽃송이는 늘 꽃송이야. 보렴! ‘그들’한테 돈에 이름에 힘을 잔뜩 주었어도, ‘그들’은 돈에 목마르고 이름을 더 바라고 힘을 더 늘리려고 하는구나. 넌 어디에 있니? 넌 무엇을 받니? 아무것도 못 받는 사람은 없어. 보렴! 날마다 해를 받는 아침과 낮이야. 봄여름가을이면 풀노래와 개구리노래와 매미노래가 흘러넘쳐. 겨울이면 눈송이에 얼음을 실컷 받아. 언제나 바람을 받으면서 숨을 쉬지. 밤마다 별을 받으며 꿈길을 가는구나. 온하루와 온삶에 걸쳐서 언제나 그득그득 받는데, 넌 이렇게 받고서 어떻게 돌려주니(화답하니)? 넌 아무것도 못 받았다고 여기니? 해한테서, 하늘한테서, 바다한테서, 들숲한테서, 나비한테서, 풀벌레한테서, 꽃한테서, 비한테서 …… 그야말로 너와 누구나 고루고루 받기에 ‘사람몸’을 이루면서 이 삶을 누려. 가만히 둘레를 보고, 네 속을 보고, 온누리를 보기를 바라. 네가 받고 주는 빛을 느껴 봐. 여름이니 비를 주고, 겨울이니 눈을 주는 하늘에 두 팔을 벌리면서 노래를 들려줘 봐. 잎마다 푸른바람을 주고 꽃마다 향긋바람을 주는 나무한테 다가가서 줄기에 입을 맞추고 살살 쓰다듬어 봐.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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